납부하는 보험료 중에 일부를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에 대한 쏠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생명보험사들이 파는 상품 중 변액보험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을 정도다. ‘수익+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데, 자칫 양면의 날처럼 ‘수익+보장’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 7년 이상 돼야 효자노릇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변액보험 공시를 보면 20~40%이상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 중 펀드 편입비율이 50%이고, 보험료로 100만원을 납부했다고 하면 “50만원이 20~40% 정도 불어났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펀드에 투입되는 보험료 중에서 보험사가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사업비’가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품이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험상품의 사업비는 전체 보험료의 10~25%안팎을 차지하는 ‘목돈’이다. 특히 보험상품 설계의 특성상, 사업비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초기 10년 이내에 집중적으로 상각된다.
때문에 변액보험이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려면, 사업비가 모두 상각되고 납부하는 보험료의 일정 비율이 모두 펀드에 투자된 다음에 가능하다. 보통 애초 보험 가입일 이후 7~10년이 지난 다음부터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활황에 마음이 동해 중ㆍ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보고 변액보험에 가입할 바에야 차라리 그냥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펀드도 물론 운용수수료가 부과되긴 하지만, 보험상품처럼 초기에 떼어내지 않고 운용기간 동안 일정하게 상각하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초기 수익률은 펀드가 높다. 7~10년 이상 장기로 넘어간 이후에야 변액보험 수익률이 펀드를 앞지르게 된다.
■ 수익률만 쫓다가는 위험
변액보험에 가입할 때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최우선 가입기준으로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변액보험 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 혼합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주식 활황세일 때는 당연히 채권이 아닌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채권형은 그만큼 안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는데, 수익률 만으로 ‘좋은 상품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변액보험 중에는 높은 주식편입비율과 수익률을 내거는 대신 그 이면에 원금보장도 안 되는 상품들도 꽤 많다.
따라서 변액보험에 가입할 때는 수익률 이전에, 포트폴리오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주식과 채권을 어느 비율로 섞을 것인지 판단한 다음에 수익률을 살펴야 한다. 물론 가입자가 원하면 1년에 4~12번씩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지만, 주식시장 예측이 어려운 개인들이 제때에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변액보험은 국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관심을 받기 시작해, 순식간에 ‘주력’으로 떠올랐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변액보험의 쓴 맛을 겪은 나라도 여럿 있다. 미국 사망보험 시장에서 변액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5%까지 떨어졌다. 2000년 36%에 이르렀는데 이후 주식 폭락을 겪으며 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국, 일본 등에서도 80~90년대 주가하락에 따른 보험사들의 막대한 손실에다 부실판매 논란까지 불거져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까지 나선 쓰디 쓴 경험이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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