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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 <10·끝> 87년 체제, 97년 체제, 08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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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 <10·끝> 87년 체제, 97년 체제, 08년 체제

입력
2007.12.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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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대기획을 종합하는 성격의 '87년 체제, 97년 체제, 08년 체제' 토론에서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과 중도진보 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현 시점을 중대한 대전환기로 인식, 새로운 시대정신과 체제로 대내외적인 도전들을 극복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토론자는 또 87년 체제가 민주화를 사회 보편적 원리로 정착시키고 돈 안 드는 정치를 구현했으며 남북관계의 틀을 정립하는 등 역사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양극화, 성장동력의 소진, 고용 문제, 노동시장 불안 등 새로운 과제들이 대두됐지만 87년 체제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게 두 토론자의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87년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가장 핵심적인 이 주제에 중도보수와 중도진보의 불가피한, 그러나 그렇게 크지 않은 시각차가 있었다. 사회학자 출신인 박 의원은 성장과 도약을 통해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고 국민의 자유가 확대되는 '선진화 체제'를 제시했다.

중도진보적 싱크탱크인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성장과 분배, 대외개방과 대내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낙오자가 없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세계화 체제'를 내놓았다.

선진화 체제는 성장과 시장에, 지속가능한 세계화 체제는 양극화 해소와 정부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이념적, 학문적 입장에서는 본질적 차이가 있지만 현실적용에 있어서는 상대의 논리를 차용할 수 있는 소통(疏通)의 접점이 적지 않았다.

박 의원은 분배의 다원화, 다층화를 강조하고 중소기업 발전을 통해 고용없는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 교수는 성장과 대외개방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글로벌 기업이 5~10개는 있어야 강중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 상호 중첩되는 부분이 적지않았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 박형준 vs 김호기

시대정신 대기획의 마지막 토론은 소통(疏通)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박형준 의원은 87년 민주화 체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않았고 김호기 교수는 성장과 개방에 소극적이지 않았다. 두 토론자는 20여년 전 故 김진균 서울대교수가 이끌던 진보학회인 산업사회연구원에서 함께 수학했던 사이. 우정때문인지 고수(高手)여서인지 서있는 위치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었다.

_시대정신 대기획을 마무리하는 토론입니다. 총괄적인 평가를 해주십시오.

박형준 의원= 한국일보가 우리 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을 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으로 짚어야 할 이슈나 아젠다를 가장 간명하게, 그것도 중도진보와 중도보수라는 잘 짜여진 구도 속에서 진행한 것이 돋보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당면 쟁점과 앞으로 가야 할 노선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지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여기서 주어진 주제를 학계나 정치권에서 심층적으로 다뤄 보다 승화된 비전이나 정책논쟁이 나올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김호기 교수= 많은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해방 6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시대정신이 건국, 산업화, 민주화였다면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이번 기획은 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하위 주제인 대외개방, 경제, 한미관계, 남북관계, 외교안보, 국토개발, 교육, 노동 등의 문제가 시대정신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토론됐다고 봅니다.

_08년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체제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87년 체제의 명암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시지요.

김 교수= 먼저 87년 체제의 기원을 명확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은 박형준 의원이 모 일간지에 기고한 ‘87년 체제를 넘어라’는 칼럼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의원의 사회학적 통찰력이 담겨진 개념입니다.

87년 체제의 성과는 우선 정치민주화입니다. 수평적 정권교체, 깨끗한 정치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과잉현상까지 지적되는 시민사회의 성장도 긍정적 부분입니다. 부정적 측면은 경제사회적 민주화가 여전히 지체상태라는 점입니다. 민주화 시대가 진행되면서,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소득분배가 악화됐습니다. 사회양극화의 확대가 87년 체제의 그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 의원= 87년 체제는 복합적인 도전들을 정면으로 부딪치며 해결하는 양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내부적인 문제뿐 아니라 세계화, 정보화, 냉전체제 해체 등 세계사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고 그것과 우리의 민주화 욕구가 맞아떨어져 87년 체제가 구축된 것입니다. 경제발전을 계승하면서 질적으로 승화시켜야 했고, 세계화에 대응하면서 민주화를 담아내야 했으며, 변화하는 냉전체제 속에서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내야 하는 복합적 대응의 시기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87년 체제는 상당부분 성공했다고 봅니다.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희생이 많았다는 점에서 87년 체제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민주화는 점진적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정착했고, 시민사회나 기업 등 각 영역에서도 기본원리로 자리잡았습니다. 경제발전도 많은 진통이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성장체제를 잃지 않고 유지해왔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최근 발전국가 모델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신발전국가 모델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대응이 제대로 되지않고 있어 변환기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87년 체제가 어떤 부분을 제대로 대응했고, 못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 다음 그 위에서 새로운 과제들을 실현하는 신발전체제로 승화시키는 구상과 비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_10년 전 12월3일이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날입니다. 외환위기 이후를 97년 체제라고도 하는데, 시대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체제로 규정할 수 있는지요.

김 교수=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는 변화의 결절점이 존재했습니다. 45년 혹은 48년, 61년과 63년, 87년과 97년이 있는 셈이죠. 87년까지 건국, 산업화에 있어서 시대정신(zeit geist)과 체제(regime)가 일치했습니다. 87년 이후 시대정신은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넘어왔지만 체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체제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적 토대입니다. 경제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서 정치 문화 법 등의 체계들이 다르게 결합되는 것입니다. 체제의 측면에서 본다면 87년에서 97년까지는 이른바 박정희식 발전국가(개발독제체제)가 유지됐다고 봅니다. 오히려 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본격적인 체제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구체적인 징표를 보자면, 주식시장의 외국자본이 50% 가까이 됐고 세계화의 충격, 정보사회가 맞물리면서 고용없는 성장이 가시화됐으며 비정규직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또 베트남, 중국 신부가 증가하면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이전의 발전국가 시대에선 볼 수 없는 현상들이죠.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 결절점은 87년이 아니라 97년이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87년 체제는 정치, 사회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경제적 측면이 강한 97년 체제는 외환위기의 충격이 구조,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꾼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분석이든 간에 87년 체제는 이제 종말을 고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민주화 시대를 이끈 동력들은 이미 상실됐기 때문이죠. 더 이상 세계화의 충격에 따른 문제를 87년 체제의 문제의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박 의원= 역사를 단절의 역사로 기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연속선상 위에서 불연속성을 잡아내기 위한 설명의 수단으로서 87년 체제를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97년 외환위기를 체제 변화의 기점으로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97년 이후 우리 사회는 대내변화와 대외변화 속에서 개방화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이미 노태우 정권부터 시작됐다는 거죠.

문제는 개방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좌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의 가장 큰 포인트는 열려진 금융시장을 우리 기업이 이용하려고 달려들었다가 모방투자나 선점투자 등 그야말로 과잉투자만 한 것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 등 내부적으로 갖춰야 할 규율은 없이 과잉투자로만 가다 보니 체질이 취약해지고 동남아 외환위기에조차 쉽게 충격을 받고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초점은 외환위기를 극복해온 지난 10년을 제대로 했는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복합적인 도전에 맞설 국가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성장의 문제, 양극화의 문제, 노동시장의 불안정 등이 모두 연결되는데, 이런 흐름을 포착하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었다는 거죠. 87년 체제가 던져놓은 환경, 양극화, 고용, 복지, 성장동력, 지방화 등 무수한 과제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도, 대안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실천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특히 이 마지막 부분은 정치가 책임져야 할 부분입니다.

_그 말씀의 뉘앙스는 97년 체제를 하나의 시대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인가요.

박 의원= 굳이 따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국가발전도 도약, 정체, 완만한 성장의 시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한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이죠. 여기서 머무르고 지난 10년의 방식으로 가면 저성장과 양극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정부나 리더의 책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현실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5년간 과소투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투자증가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단의 전략과 대책 없이 향후 몇 년이 흘러간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큰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김 교수= 87년 체제냐 97년 체제냐는 논의는 충분한 것 같고, 남은 과제는 학계의 몫으로 남기도록 하지요. 그러나 지난 10년에 대한 제 평가는 다릅니다. 소득분배 악화, 양극화 심화, 성장동력 소진을 보면 분명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측면이 설득력있습니다.

하지만 위기극복의 10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97년 외환위기는 외적 요인보다는 오히려 지난 30년 동안 유지됐던 발전국가의 내적 동력이 완전히 소진된 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더 이상 박정희식 패러다임이 유효하지 않았고 발전국가모델이 완전히 파산한 것이 외환위기입니다. 그런 위기 속에서 지난 10년간 극복의 노력을 해온 점은 분명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 진행 중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포함한 한국적 복지국가 시스템의 기초를 닦았고, 노무현정부는 현재로서는 부정적 평가를 받지만 길게 보면 그레고리 헨더슨이 설파한 소용돌이 정치(중심으로 쏠리는 현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모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커다란 그늘인 냉전분단체제를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통해 평화체제로의 기반을 마련한 공도 큽니다. 잃어버린 10년과 위기극복 10년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객관적으로 봐야지, 어느 하나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 편의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_2008년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건국 60주년이기도 합니다. 08년 체제의 시대정신은 무엇이杵?한다고 보십니까.

박 의원= 이명박 후보가 신발전체제를 내놓은 데는 이런 인식이 있습니다. 87년 체제는 복합적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도약할 기회를 놓쳤다, 이제 도약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약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선진국가, 선진화를 확실히 실현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진화가 단순히 성장뿐 아니라 자유의 문제, 즉 삶의 질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추진하는 힘은 과거 발전국가 모델에서는 국가였지만, 이제 국가는 촉매제나 선순환의 고리가 되는 제한적 역할로 변해야 합니다. 유능한 리더가 나오면 선순환의 고리가 훨씬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신발전체제 구상을 하면서 보다 입체적인 국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에서 존중 받는 국가가 되고 그 속에서 남북, 통일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문제를 한반도로 확장, 동북아 신질서를 이끌어내고 소프트파워가 강한 국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새 정부가 향후 5년에 단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미래는 굉장히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08년 체제는 '선진화 체제'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김 교수= 대전환의 상황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08년 체제를 논하려면 대외적 변화와 대내적 변화를 나눠서 살펴봐야 합니다. 대외적 변화는 우선 세계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 시대가 시작됐지만 이번 대선을 경유하면서 무한경쟁, 승자독식 구조가 더 두드러질 것인 만큼 계층격차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는 기술혁신과 인적자원이 중요해지는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셋째는 한국이 샌드위치의 위기에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활력을 찾고 있고 중국 인도의 추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협입니다.

대내적 여건도 중대한 기로에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정보, 기술발전으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고용을 동반한 신성장동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부품소재 중소기업, 시장 서비스업, 복지 서비스업 등을 통해 일자리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개방에 따른 갈등도 불가피할 것입니다. 남북관계 변화도 있을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여곡절은 있겠으나 평화협정 체결이나 남북경제공동체 단계로 진전될 것입니다.

이런 여건들을 고려할 때, 08년 체제는 '지속가능한 세계화 체제'라고 봅니다. 사회통합적 세계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낙오자 없는 세계화'가 돼야 합니다. 그 해법은 '2중의 선순환'에 있다고 봅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대외개방과 대내개방의 선순환입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4,800만 명 정도로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강소국보다 오히려 영국 프랑스 같은 강중국에 가깝습니다. 강중국들은 해외시장과 내수시장을 동시에 겨냥해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합니다. 핀란드는 노키아 하나로 꾸려가지만 우린 글로벌 기업이 5~10개는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만으로는 부족하고 대외개방의 이익을 대내복지로 이어야 합니다.

박 의원= 08년 체제는 산업화, 민주화 흐름으로 보면 선진화 체제이고 발전모델 양식으로 본다면 신발전체제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입체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회가 다원화, 자유화됐기 때문에 시장과 시민사회, 정부, 국제관계 이 4가지 관계를 동시에 잘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 시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시장을 살리고,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가가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인재대국이 돼야 합니다. 우리의 가장 좋은 자원이 사람이며,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개혁을 해야 합니다. 고용없는 성장이 당연시 되는 사회분위기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서비스 부분의 경쟁력이 특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중소기업이 고용의 85%를 담당하게 되고, 기업 중 서비스업이 75%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대기업들이 스스로 탄력을 받아 성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지요. 반면 경쟁력이 약한 서비스분야는 경쟁력을 키워 중소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_지속가능한 세계화론이나 선진화론은 중첩되는 측면이 많다고 봅니다. 다양한 논점 중에서 어떤 성장이냐로 논의를 좁혀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 이번 대선에서 진보건 보수건 다 성장을 내 걸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7%성장을 강조한 747정책, 정동영은 차별없는 성장, 문국현의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영길 후보조차 진보적 성장을 내걸었습니다. 국민 다수가 경제성장의 열망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성장이 많이 이뤄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성장이 이룰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성장의 최대 약점은 사회적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성장은 이뤄지는데 양극화가 나타나고 소득분배가 악화돼 다수가 낙오자로 살아간다면 올바른 성장이 아닙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발전모델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지금껏 신자유주의 발전모델이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듭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좌절했고 유럽에서도 신자유주의적 모델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이후 신자유주의로 나가고 있지만, 최근 경제지표나 상황을 보면 이것이 지속될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성장 일방주의는 단기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지속불가능 할뿐만 아니라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규범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박 의원= 신자유주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세계화 속에서 각국이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의 폭은 있을 것입니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개방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20~30년의 흐름을 보면 개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세계경제가 최근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는데, 이 호황이 어디에서 왔느냐를 따져보면 답은 역시 개방입니다. 신자유주의를 규범적으로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개방이 무언가를 깨뜨리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개방의 흐름을 탄 이상 외국자본을 유치한다든지 외국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 시장을 어느 정도 개방하는 것은 인정하고 그 속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한미 FTA만해도 무조건 미국 입장을 다 받아들이자는 게 아닙니다. 서로 윈-윈 할 것을 찾고 피해 부분은 분화시켜 최대한 개방을 늦추거나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복지 문제도 다원화, 다층화 등 새로운 접근 방법이 모색돼야 합니다. 재진입을 꿈꾸는 낙오자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이 실행돼야 합니다.

_중도진보도 나름대로 개방에 적극적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개방에 대한 접근법에서 보수와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김 교수= 노무현 정부의 FTA 추진을 보면 온건 진보세력이 개방을 지연한 게 아니라 진행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보, 보수 모두 개방에 적극적이라면 차이는 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통합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중도보수는 여전히 양극화 해소에서 소극적입니다. 이에 대한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보수 쪽은 복지 부분에서 시민사회와 시장이 적극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보는데 이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입니다.

_그 논쟁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대선후보들을 시대정신의 측면에서 평해주시지요.

박 의원= 우리는 결과로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시대는 선의의 마키아벨리스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음모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국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명박 후보는 굉장히 다양한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성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작은 정부에 해당하는 서울시장을 잘 했고 일 처리 방식이 남달랐습니다. 오늘의 시대정신이 발전과 통합이라면, 이 후보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 지금 우리는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더 강화하고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처,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그런 당면 과제들을 수행하려면, 또 우리가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면 정상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3김 모두 정상적 리더십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좋게 말하면 비범한 리더십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권위적이고 마키아벨리적이었습니다. 정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동영 후보가 대표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회=이영성 부국장 정리=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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