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훈(55)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의 산증인이다.
1971년 17회 대회 때 처음으로 대역전경주대회와 연을 맺은 황 전무이사는 82년까지 선수로 뛰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38회부터 43회 대회까지 서울의 6연패를 이끌기도 했다. 심판장을 거친 뒤 전무이사직을 맡은 2004년부터는 매해 대회 운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53회째를 맞은 올해도 찬바람을 맞으며 후배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던 황 전무이사는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73년도 전북의 우승을 이끌던 기억이 가장 먼저 나네요. 19㎞가 넘는 대구-신동 구간을 죽을 각오로 뛰었죠.” 현재 대구-신동 구간은 2개 소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다고. “요즘에야 도처에 화장실이 있지만 옛날엔 바통을 이어받을 선수가 볼일 보러 산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니까요.”
반세기 경부역전 역사 중 무려 37년을 함께 한 황 전무이사지만 아직 못다 이룬 꿈도 있다. 3,000리 국토 종단이 그것이다. “건각들의 행진이 임진각에서 멈춘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자유롭게 북녘 땅을 달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해요.”
천안=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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