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년만에 일본을 방문한 중국 해군의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시찰이 미국의 항의로 무산됐다. 중국이 미 항공모함의 홍콩 정박을 거부한 직후여서 미국의 보복 대응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미사일 구축함 ‘선전‘호의 방일을 맞아 해상자위대가 방위교류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지스함 공개 행사가 미국측의 항의로 무산됐다.
중국 해군의 시찰 요청을 받은 일본측은 상호 신뢰를 구축한다는 뜻에서 흔쾌히 공개를 결정했지만, 이를 알게 된 주일미군과 주일 미국대사관측이 일본 방위성과 외무성에 행사 중지를 강력히 요구해 시찰 대상을 급히 변경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결국 중국 해군 관계자들은 30일 인도양에서의 급유활동을 끝내고 막 귀국한 보급선 ‘도키와’호를 시찰하는 데 그쳤다.
주일미군은 최첨단 함정인 이지스함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앞세워 공개 불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1월에도 해상자위대원에 의한 이지스함 정보누출 사건이 발생해 미일간의 현안으로 부상했었다.
이 때문에 양국은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외무ㆍ국방장관(2+2)회담에서 군사기밀보호를 위한 ‘군사정보일반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기로 합의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해왔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최신예 전투기인 ‘F22 랩터’의 일본 수출을 거부하는 것은 일본의 부실한 기밀보호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기밀누설 우려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성은 이지스함 공개를 결정한 후 사전에 미 해군이 중국군관계자에게 이지스함을 공개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주일미군에 문의했지만 회답을 하지 않는 등 당초 미국은 이번 행사에 무관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상자위대는 전투지휘소(CIC) 등 이지스함의 핵심 부분은 공개에서 제외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밀 누설 우려는 표면적인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에 의해 미 항모 키티호크가 홍콩 입항을 거부당한 데 대한 미국의 분풀이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8일 외교 루트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불쾌감을 공식 제기했고, 이에 대해 중국측도 미국의 책임을 주장하는 등 양국의 군사ㆍ외교적 갈등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성 장관은 이지스함 공개에 관해 “여러 부서가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항의로 중지했다고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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