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종료됐다. EU와의 FTA는 한미 FTA 체결에 이어 정부의‘동시다발 FTA 전략’을 이어나갈 기대주로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5월 시작된 한ㆍEU FTA 협상은 당초 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해졌다. 현 정부 임기 내 타결도 불투명하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6차 협상은 내년 1월에 갖게 되는데 그 때쯤 타결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은 탐색전인 1차(5월)에 이어 핵심 분야인 상품 양허(개방)안을 주고받은 2차(7월)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EU측은 우리측 개방 수준이 낮아 협상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국측이 수정안을 들고 나선 3차(9월)에서도 같은 이유로 공전은 계속됐다.
협상 부진은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측의 특성을 초반에 간파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EU는 당초 각 회원국과 협의를 통해 거의 협정문에 가까운 적극적인 안을 들고 왔다.
개방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협상 과정에서 수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우리측은 이전 협상에서처럼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 밀고 당기는 수순을 머리에 담고 있었다. 양측의 전략 차이가 협상에 난제로 부상한 것이다. 한미 FTA 결과를 크게 의식하는 EU측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우리측은 5차 협상에서 문제됐던 상품 양허안 수준을 다시 한번 수정해, EU측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높이고 EU측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을 함께 담은 패키지 안을 제시해 품목별 협상의 물꼬를 텄다.
상품 분과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분과(서비스ㆍ투자, 규제 이슈, 분쟁해결 및 지속가능 발전)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한미 FTA 때와는 달리 민감한 사안이 많지 않은 탓이다. 개성공단 문제도 EU측은 우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표준과 원산지 기준 문제 등 중요 쟁점은 이견이 여전하다. 특히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는 EU측이 이번 협상에서 우리측 안을 거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 대표는 “기술표준은 우리가, 원산지 기준은 EU가 각각 공을 받은 상태”라며 “가능하다면 조기 타결이 좋겠지만 시간에 구애 받아서 졸작이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브뤼셀=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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