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통령선거가 ‘인터넷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2002년 대선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은 온라인은 물론, 큰 역할을 기대했던 동영상 UCC(사용자 순수제작물)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뉴스 소비 측면에서 여전히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의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정치뉴스에 댓글 허용을 재개했고,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 판도라TV도 같은 날 ‘대선 UCC 방송’을 전면에 내세워 대선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정치적 의제 설정 기능이나 국민들의 선거참여 등 집단행동까지 일으킬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의 아고라 정치토론장의 경우도 쟁점에 대해 이용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옹호나 상대 후보에 대한 폄하에 그치고 있다.
온라인과 동영상 UCC를 통한 의제 설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17대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에 대한 너무 이른 지지율 고착화와 한 후보에 대한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은 2002년 대선과 비교해 볼 때 온라인상 대안 언론이나 UCC 등이 끼어들 여지를 줄였다는 것이다.
‘경제 하나만 살리면 된다’는 실용주의가 대선의 핵심이 되면서 온라인 토론의 영역을 확대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분석이다. 최진순 중앙대 겸임교수는 “아직 UCC가 영향을 줬다 아니다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지난 대선에 비해 위세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구도가 지나치게 초기에 굳어져 블로거나 UCC가 개입할 근거가 희박해졌다”고 평가했다.
선거법으로 인터넷 정치 참여를 제한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법 위반사례는 전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입건된 인원의 77%인 1,224명에 달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57명이 적발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10월까지 인터넷을 통한 선거법 위반 사례로 2만5,135건이나 적발했으며, 6만여 건의 대선관련 댓글과 UCC가 삭제됐다. 엄정한 법 적용 결과이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으로 연결돼 활발한 댓글과 UCC를 제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UC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후보 캠프에서 만든 제작물인 CCC(Camp Created Contents)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UCC가 규제와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이슈들 때문에 참여와 공유가 줄어든 반면 CCC가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 문화는 없고 의도적이고 정략적인 콘텐츠가 판치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이런 현상은 인터넷이 선거의 향방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록 뉴스 소비를 인터넷에 빼앗겼다 하더라도 기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 저널리즘이 정치적 이슈들에 여전히 필요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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