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혼선인가 양동작전인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이 발표한 공식입장을 몇 시간 만에 뒤집어 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의도적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양동작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후보는 21일 밤 KBS TV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질문있습니다'에 출연, BBK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친필 서명을 요구할 경우에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개인적으로 안 해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응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4시간 전인 이날 오후 나경원 대변인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검찰이 이런 요구를 한다면 이 후보에 대한 직접 수사를 개시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이 밝힌 방침을 후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은 것이다.
물론 이 후보는 이와 관련, "당의 후보이니까 당과의 관계도 있다"고 전제했으나 '차제에 당에 지시하는 것이 어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시를 하지 않아도 이 방송을 보면 알아차릴 것"이라며 '수사 협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는 원칙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검찰을 사전에 자극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당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은 검찰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후보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이른바 양동작전을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전에도 외부인사 영입과 해외 순방, 당 대북 정책 발표 등에서 당과 후보 간의 엇박자가 수차례 거듭돼 왔기 때문에 이번 사안 역시 내부 시스템 혼선이 재발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당 안팎에선 나왔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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