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의 핵심인물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22일 MBC라디오에 출연, 인터뷰에 응하면서 김씨 가족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와 의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씨 가족의 최근 행보는 한 마디로 오락가락이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게 21일 기자회견 이다. 에리카 김이 직접 나올 것처럼 흘리다가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나섰다.
기자회견 예고에선 “이면계약서를 공개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기자회견 당일에는 “변조와 탈취의 위험이 있다”며 사본만을 흔들었다.
또 있다. 에리카 김은 당초 일부 언론 인터뷰에선 이면계약서는 3건이라고 했지만 돌연 한글계약서가 등장하면서 계약서는 4건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이들 주장의 신뢰성에도 물음표가 던져졌다.
이런 일도 있었다. MBC PD수첩팀은 에리카 김씨가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해서 최근 미국 현지로 갔는데 막상 현지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21일 회견에 나타나지 않은 것과 비슷한 행태다. 하지만 에리카 김은 22일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는 출연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는 에리카 김의 이 같은 행보가 나름대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에리카 김씨의 행보를 보면 여러 장의 카드를 들고 있지만 철저히 한번에 한 장씩 꺼내 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 한 장을 꺼내 상대의 반응을 살핀 뒤 다시 반박 카드를 꺼내 들어 상대를 몰아붙이는 식이라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의 모습이다.
김경준씨와 이 후보간의 첫 만남 시기를 둔 진실게임만 봐도 그렇다. 이보라씨가 21일 “김씨가 이 후보와 만난 것은 2000년 초가 아닌 1999년 초”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2000년 초가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에리카 김은 이날 다시 “1999년 2,3월께 서울 프라자 호텔”이란 진전된 팩트를 제시하면서 “출입국기록을 보면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엔 김씨 어머니 김명애씨가 입국할 예정이다.
또 다른 김씨 가족이 등장하는 셈이다. 새로운 의혹과 새로운 팩트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한나라랑 일각에선 “에리카 김이 가족들을 총지휘하면서 펼치는 밀고 당기기 전략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른 일각엔 김씨 가족이 이명박 후보측과의 거래를 위해 무언가를 암시하는 게임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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