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 최초로 여군 KF-16 전투기 조종사가 탄생했다. 공군은 22일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 157대대 1편대 하정미(28ㆍ공사 50기) 대위가 여군으로는 처음으로 KF-16으로 기종 전환 훈련을 마치고 이날부터 정식 조종사로 훈련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1994년부터 도입된 KF-16은 첨단 항공장비와 다양한 무장 운용능력을 갖춘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현재 370여대가 운용 중이다. KF-16은 조종 중 온몸을 짓누르는 9배의 중력가속도를 견디며 각종 고난도 임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체력과 높은 비행 기량이 필요하다.
여군에게 그 동안 조종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군은 2000년대 들어 여성 조종사들의 기량과 체력, 정신력, 공중 지휘능력 등을 4년 동안 검증한 뒤 2006년부터 여군에게 KF-16의 문호를 열었다. 공사를 졸업하고 비행훈련을 마친 뒤 2년 가까이 지상공격기 A-37을 몰던 하 대위는 지난해 14명의 KF-16 기종 전환자 가운데 홍일점으로 선발됐다.
비행 경력이 길지 않지만 하 대위는 ‘2006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 A-37을 몰고 참가해 저고도 부문 우승을 차지했고, 연말에 공군참모총장 표창까지 받았다. A-37 비행시간이 373시간이며 비행훈련으로 KF-16도 43시간을 몰았다.
22일 맑은 날씨 속에 서산 하늘을 질주한 하 대위는 작전통제소와 교신에서 “날씨가 좋아 임무 수행 잘 했습니다”고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비행을 마치고 대대원의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오래 전부터 꿈꾼 KF-16 조종사가 돼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부여 받은 임무를 멋지고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당당한 전투 조종사가 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군 여군 조종사는 2002년 처음 배출된 뒤 현재 24명이 있다. 전투기와 훈련기는 F-5가 5명, 국산 훈련기 KT-1이 1명 등 7명이고, 수송기는 C-130 등 10명, 헬리콥터는 HH-32 등 4명, 기타 KA-1 정찰기 등이 3명이다.
하지만 KF-16과 함께 영공 방어를 선두에서 책임지는 한국 공군 최고 성능의 F-15K 여군 조종사가 당장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공군 당국자는 “F-15 조종사는 이 전투기를 만든 미군에도 아직 없다”며 “이 기종의 여군 조종사 선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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