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친구들과 만나면 취직 문제가 제일 큰 화두다. 친구들이 구직활동 때문에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교육 제도와 구직활동이 스위스와 매우 다른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 스위스선 80%가 직업학교 진학
스위스에서는 한국처럼 고등학교 후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표준은 아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국립이고, 교육비는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무료다. 대신 고등학교, 대학교가 많지 않고 진학하기도 어렵다.
예전에 한국 대학진학률이 83%를 넘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스위스에서 대학 진학률은 20%도 안 된다. 스위스에서는 고등학교에 가면 시험 없이 자동적으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어려운 고등학교 시험을 합격한 사람은 바로 대학교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나머지의 80%의 학생들은 무엇을 하는가? 그들은 중학교 졸업 후 전문적인 직업고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제빵 기술자, 전기 공사 기술자 등과 같은 기술부터 프로그래머, 은행원 같은 전문직까지 모두다 직업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
한국과 또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직업 고등학교에 그냥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받기 위해 일을 배울 회사를 먼저 찾아야 한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회사를 찾고, 거기에서 직업 훈련을 받는 것이다.
계약한 회사에서 1주일에 3~4일 동안은 실습하며 일을 배우고, 1~2일 동안은 학교에 가서 그 일에 대한 지식을 배운다. 직업에 따라 배우는 기간은 2~4년 정도가 걸린다. 덧붙여,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하니 물론 월급도 받는다.
이런 전문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일했던 회사나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직업과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오히려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취직하기가 더 어렵다.
회사는 전문 지식과 일 경험이 있는 사람 즉 입사하자마자 보통 직원처럼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대부분은 대학원에 가서 연구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
더욱이 스위스는 한국과 같은 대기업이 별로 없다. 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은 삼성, 현대 등 이미지 좋은 대기업에 취직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취업 경쟁률이 심하다.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분야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입사 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도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알아서 신입사원을 어떤 분야에 배치할지를 정하기 때문이다.
● 대졸자는 더 취직하기 어려워
스위스는 중소 기업이 많고, 전문 고등학교를 끝내면 자기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취업할 때 경쟁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입사 시험도 없고 대부분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본다. 이력서에서 평가되는 점도 크게 다르다. 출신학교보다는 성적과 실력이 중요하고,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고 경험했던 것이 중요시된다.
사실 한국과 스위스는 나라의 크기나 인구도 다르고, 기업 및 주력 상품도 달라서 어느 제도가 더 좋은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의 영향력이 강하고 회사 생활이 기업 중심적인데 비해, 스위스 같은 서양의 나라들에서는 기업보다는 개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오늘도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고 있을 나의 한국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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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티 패트릭 서울대 한국철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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