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규 전 대법원장이 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경남 통영 출신으로 일본 간사이대(關西大) 전문부 법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48년 제2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부산지법 통영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전주지법원장, 대전지법원장, 대구지법원장을 거쳐 88년 7월 제10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당시 2차 사법파동이 일어나고 노태우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 후보가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부 당하자 대안으로 취임해 90년 12월까지 사법부 수장을 지냈다.
법관 시절 고인은 ‘통영 대꼬챙이’로 불릴 정도로 곧은 성품을 지녀 후배 법관들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 75년 사법살인이라고 불린 ‘인혁당 사건’ 대법원 판결 때 “사실심리를 하지 않은 재판 절차에 위법이 있다”며 대법원장을 포함한 판사 13명 중 유일하게 사형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전 대법원장은 올해 초 “잘못한 항소심 판결을 잘한 판결로 잘못 판단한 책임이 있다”며 인혁당 사건 판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밖에도 70~80년대 유신 정권과 전두환 정권 당시 여러 시국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냈을 정도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고인은 정부에서 청조근정훈장(7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90년)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최익련(84) 여사와 아들 종구(61ㆍ자영업) 창구(59ㆍ전 대구고법원장) 민구(58ㆍ강북삼성병원 치과과장) 승구(56ㆍ삼우 상임고문)씨와 딸 행구(54) 경구(52)씨 등 4남 2녀.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6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남 천안공원. (031)787-1503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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