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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 두 오랜 앙숙의 '밀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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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 두 오랜 앙숙의 '밀월 시대'

입력
2007.12.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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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중국은 결코 라이벌이 아니라 우방이자 파트너이다.”

맘모한 싱 인도 총리가 21일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만나 건넨 말이다.

이어 시탄슈 카르 인도 국방부 대변인은 12월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양국 육군 100명씩이 참가하는 대 테러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카르 대변인은 “양국 관계가 새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결코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중국 인도 양국은 2003년 동중국해에서 여러 나라들과 함께 합동 해상훈련을 벌인 적은 있지만 양국 육군간 합동훈련은 1962년 국경분쟁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역내 라이벌로 줄곧 마찰음을 내던 양국이 서로를 파트너로 삼으려는 것은 관계 개선을 통해 서로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싱 총리가 회담에서 “양국의 우호적 협력 관계가 양국의 국익과 평화는 물론 남남협력, 세계 발전에도 유익한 것이 증명됐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먼저 21세기 생존전략으로 태평양 진출을 선택한 인도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야 한다. 인도는 또 불붙기 시작한 경제 성장의 지속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인도는 미국과 핵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인도-러시아-중국 3각 협력을 동시에 진행, 외교적 운신의 폭이 가장 넓다. 아울러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과 미국 등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고 있어 중국측에 여러 카드를 구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대 인도 관계 개선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의 사활을 쥐고 있는 원유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도양 진출이 절실하다.

중국 기업의 인도 진출도 중국 정부의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회담에서 양국의 난제인 국경선 획정 문제에 대해 “진의와 성의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1990년대 국경선 문제를 푼 러시아와 중국이 가까워졌던 것처럼 중-인도 관계 개선도 급진전할 수 있다.

물론 3,000㎞이상의 국경을 맞댄 양국은 상대를 향해 지속적인 견제구도 날릴 것이다. 올해 처음 일본, 미국, 호주가 주축이 된 태평양 군사훈련에 인도가 참가했고, 중국 역시 파키스탄과의 유대강화를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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