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대통령의 승리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에 파란 불이 켜졌다"
22일 프랑스 철도 및 지하철 노조 상당수가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키로 하자 프랑스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다. 좌파적 성향이 강한 전통 속에서 '파업 천국'이라 불릴 만큼 강성 노조가 득세했던 프랑스가 일대 개혁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기대 섞인 반응들이다.
고실업ㆍ저성장의 '프랑스 병' 수술을 천명하며 비대한 공공부문 개혁을 밀어붙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선 집권 후 최대 시험대였던 노조와의 맞대결에서 사실상 승리함으로써 프랑스 개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13일 저녁부터 시작돼 프랑스 전역의 교통을 마비시켰던 파업은 결국 2주를 넘기지 못한 채 사실상 물 건너 가고 말았다. 22일 오전에만 프랑스 철도공사(SNCF) 노조 45개 지부 중 42개 지부가 업무 복귀를 결정하는 등 노조 지부들이 속속 파업을 철회하고 있다.
SNCF와 파리교통공사(RATP)측은 "주말까지 노조원들이 모두 일터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번처럼 공공 노조의 연금 개혁을 시도했던 1995년 당시 3주간의 파업으로 정부의 개혁을 굴복시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노조가 뚜렷한 성과도 없이 파업을 거둔 것은 무엇보다 달라진 국민 여론과 '후퇴는 없다'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었다.
22일 AFP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8%가 파업은 부당하다고 답했고, 69%는 정부가 노조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비대화, 노조의 기득권화, 파업을 통한 개혁 거부 등 프랑스의 고질병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그만큼 누적돼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파업 와중에도 "노조의 파업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 "후퇴는 없다"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며 강경 자세를 취한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파리 사회과학연구소의 사회학자 기 그룩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확실한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면서 "유권자들은 이번 사태를 발판으로 노조 파업에 대해 더욱 강력한 그의 개혁 조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인 도미니크 바벳도 "프랑스를 탈바꿈하는 개혁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이 계속 순항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파업의 경우 공공 부문의 특권에 대한 반감이 컸던 만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주 35시간 근무제 등 프랑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 개혁시 여론의 향방은 미지수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르코지의 개혁이 각 분야에서 하나하나 진행될 때마다 이같은 격렬한 반대에 부딪칠 경우 사르코지의 강경한 입장이 오히려 반감을 부를 수도 있다.
당장 대학자치법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2일 파리 도심에서 만약3,000명의 학생들이 8월 통과된 대학자치법에 반대하며 거리행진에 나섰으며 전국의 21개 고등학교도 학생들의 시위 가세로 봉쇄되거나 휴업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유서 깊은 소르본 대학도 23일 오전 등교하려는 학생과 시위하는 학생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학교 문을 폐쇄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