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삼바 축구 돌풍'을 몰고 온 세르지오 파리아스(40)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맞춤형 전술'이라고 정의했다.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축구의 나라' 브라질 출신의 지도자답게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그는 '창의성'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선수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상만 고집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도자관'이었다. 1시간 동안 거침 없이 자신의 축구관을 설파하는 그의 모습에서 '파리아스 돌풍'은 유연한 사고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적 제의 많지만 포항과의 의리가 먼저
2005년 포항 사령탑에 부임한 파리아스 감독은 올해로 3년 계약 만료를 맞는다. K리그 막판 몰고 온 '메가톤급 돌풍'으로 그의 주가는 폭등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현재 K리그는 물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날아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면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팀"이라고 포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잔류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아직 협상 중에 있지만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고 좀 더 훌륭한 팀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포항에 남게 될 것이다"며 자신에게는 포항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정상을 밟았으니 내년에는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말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욕심을 밝혔다.
축구팬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파리아스 대권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제의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대표팀 감독 자리는 모두가 명예롭게 생각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제의를 받게 되면 수락할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창의적이고 편안한 플레이가 가장 중요
파리아스 감독은 "바깥에서 보는 한국 축구와 실제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K리그 선수들의 기술과 체력이 대단히 훌륭했다고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인 훈련 방법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한국에서는 많이 하는 5대 2 패스 연습을 이해할 수 없다. 골을 넣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골문으로 향하지 않고 볼을 돌리는 연습만 하다 보니 실전에서도 의미 없이 볼을 돌리기 일쑤다. 불필요한 패스를 하다가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훈련에서도 실전에서도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백패스는 없다'고 자신이 강조하는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파리아스 감독은 "불필요하고 위험한 플레이를 하지 말라는 뜻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창의적 플레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과의 교류를 넓히면 한국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인'창의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을 따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파리아스 감독은 "지도자는 선수들이 최대한 장점을 발휘할 수 있고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전술을 써야 한다"고 3-4-1-2 포메이션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K리그 일부 구단의 '전술적 오류'를 예로 들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독일월드컵 후 포백이 유행하고 있지만 어떤 팀은 중앙 수비수 4명을 늘어 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은 포백의 개념과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팀을 만나면 우리는 측면 미드필더들의 공격이 살아날 수 있어 상대하기 편하다 "고 지적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선수들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전술 변화는 무의미하다"며 "우리 팀에 포백을 성공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면 나도 포메이션 변화를 시도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또 포메이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K리그 일정상 시즌 중 전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이는 벼슬이 아니다
한국 땅을 밟은 지 3년째.'반은 한국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국 문화에 쉽게 적응한 파리아스 감독이지만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수직적 사고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어른이 존중 받는 문화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험이 많거나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닌데도 한국에서는 유난히 이를 강조한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일부에서 나에게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국가대표팀 감독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지 여부와 관계 없이 '최연장자'에게 주장 완장을 채우려는 풍토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항=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