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허리야. 왜 이렇지?”
주부 김모(53)씨는 몇 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 김장김치를 담그다 그만 허리에 무리가 갔다. ‘김장 요통’에 걸린 것이다. 김장을 담그다 보면 배추를 한꺼번에 옮기거나 무거운 김치통을 들고 나르는 일이 많아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가 흔하다.
■ 허리가 받는 하중은 몸무게의 2~3배
보통 김장을 담그는 데는 이틀 정도 걸린다. 재료를 다듬고 절이는 데 하루, 양념을 버무려 김치에 넣고 김치통을 담그는 데 또 하루가 걸린다. 이틀 동안 허리는 몸무게의 2~3배의 하중을 견뎌내야 한다. 특히 허리를 굽히고 김장을 담그는 시간이 길수록 디스크 압박은 심하다. 때문에 디스크탈출증이 있다면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신경을 압박해 다리와 허리 통증을 초래하기 쉽다.
쌀쌀한 날씨에 갑자기 일하는 것 자체가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추위로 경직된 몸을 갑자기 움직이거나 절인 배추 등 무거운 것을 들다가 자칫 염좌(삠)나 골절, 심하면 급성디스크까지 앓을 수 있다. 특히 중ㆍ장년층은 허리의 지방층이 두꺼워지고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 허리 부상 위험이 크다. 단순 염좌라면 쉽게 회복되지만 척추압박골절이나 급성디스크는 그 자체만으로 노년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 허리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김장을 한 뒤 허리가 아프다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허리가 아프다고 억지로 스트레칭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역효과만 낳는다. 요통에 운동이 좋다고 하는 것은 만성요통에만 해당된다.
급성요통은 디스크가 빠져 나오는 적신호일 수 있다. 이 경우 운동하면 추간판탈출증 위험을 더욱 높이는 무분별한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스트레칭이나 요가, 스포츠마사지, 안마, 교정치료는 하지 말아야 한다.
걷기 등과 같은 가벼운 운동도 증상이 호전되기 전까지 가급적 삼가야 한다. 서울척병원 김동윤 원장은 “찜질은 도움이 되는데 허리 근육을 만져 아픈 근육부위가 있으면 냉찜질을, 깊은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반신욕을 포함한 온찜질이 좋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의 양상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주로 허리만 아프고 특별한 동작에서는 통증이 심해지나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진다면 단순 염좌나 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자세가 옆으로 틀어진다든지,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를 바로 펼 수 없거나 엉덩이로 통증이 내려오고 허벅지, 엉덩이가 당기고 저리는 느낌, 기침할 때 허리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 든다면 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특히 2주가 지나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심해지면 단순 염좌가 아닐 가능성이 크므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 바른 자세가 김장 후유증 예방 지름길
김장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김장을 담그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바닥에 앉아서도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이용하거나 벽 쪽에 붙어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일하는 도중 수시로 일어서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절인 배추 등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 도와야 하며, 물건을 최대한 몸에 붙이고 무릎관절을 이용해 일어나야 한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김장은 관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김장시 관절 보호를 위해서는 김치양념을 버무릴 때 배추와 양념을 몸 가운데 놓는 것은 물론 다른 양념통도 몸 가까이 둬야 좋다. 특히 50대 이후 관절염을 앓는 주부는 식탁에 서서 일하는 것이 좋고 무거운 물건을 든다거나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김장한 뒤에는 며칠간 쉬면서 경직된 허리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에는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누운 자세에서 발끝을 폈다가, 발목을 세우고 기지개를 펴서 밤새 웅크렸던 근육을 풀어주면 좋다.
그러나 허리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척추 상태 및 골밀도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제일정형외과 신규철 원장은 “허리에 파스를 붙이거나 마사지를 하는 등 단순 자가치료는 오히려 허리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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