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도 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에 피 같은 돈을 덥석 붓는 투자자들도 부지기수다. 특히 여성들은 철저한 분석보다는 각종 모임에서 전해 들은 뜬 소문에 솔깃해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중국 펀드를 가입하러 왔던 투자자들 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중국인들은 숫자 8을 좋아해서 내년 8월까지는 중국 펀드도 괜찮을 것이다’ 등의 근거 없는 얘기를 듣고 목돈을 맡긴 경우도 있었다. 이런 투자자를 볼 때면 칠순이 다된 나이에도 투자 대상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꼼꼼히 챙기는 K여사가 생각난다.
K여사는 젊을 때부터 무일푼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은 알토란 같은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 그에게 “아무리 파악해봐도 이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며 모 회사채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 정도 얘기하면 일반 투자자라면 믿고 돈을 맡긴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인터넷으로 회사 정보를 검색해봤더니 회계정보가 없다”며 회사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어서 이 정도는 당연히 거치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의 컴퓨터 실력을 아는지라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는 컴퓨터 자판을 독수리 타법으로 칠 줄 아는 정도다. 게다가 인터넷은 직원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검색이 가능하다. 그런 그가 직접 인터넷에서 회사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맸을 것을 생각하니 존경스러웠다.
투자대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새벽마다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전문지 등 총 7개의 신문을 받아 본다. 그날 신문을 모두 읽지 못하면 나중에라도 빼놓지 않고 챙겨 본다. 그가 신문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를 많이 타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만은 아니다. 그는 종종 “신문에서 해석하는 게 맞냐”며 물을 때가 있다. 똑같은 재테크 매물인데도 신문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런 매물은 항상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절차도 잊지 않는다. 재테크 노하우가 바로 ‘발품’인 셈이다.
부자의 첫 걸음은 멀리 있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품을 팔아가며 투자대상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자.
한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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