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사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이 국정원직원법에 따라 전ㆍ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불허했지만 법원은 이들을 22일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원은 국정원이 검찰에 보낸 증언 불허 사유에 모순된 부분이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이 국정원 감청 부서 전ㆍ현직 직원 4명을 항소심 증인으로 신청하자 국정원은 지난 달 1일 국정원직원법 17조(비밀의 엄수)를 근거로 ‘원장 허락이 없어 증언을 할 수 없다’며 불허 통보했다. 해당 조항은 국정원 전ㆍ현직 직원이 법령에 의한 증인 등으로 직무상 비밀을 증언 또는 진술할 때는 원장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달 중순께 국정원을 상대로 도청 재판과 관련한 증인 사실조회를 요청했고, 국정원은 “현재까지 증언한 총 42명의 증인 중 7명이 원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1,2심에서 증언했다”고 회신했다.
특히 국정원은 허가 없이 1,2심에서 증언한 이들에 대해 “안광복 기조실장 등 4명은 1심에서 증언을 했기 때문에 항소심 증언 시 원장 허가가 없어도 무방했다”고 답했다. 또 “나머지 3명 중 김은성 전 2차장은 구속 중에 증언을 했고, 2명은 기밀사항을 말하지 않아 국정원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논리대로라면 이번 재판에 검찰이 신청한 증인 4명 중 1심에서 증언한 최모 전 8국 팀장 등 3명의 증언도 불허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에 검찰이 신청한 4명 중 3명은 1심 때도 증언을 했던 사람들”이라며 “국정원의 논리대로라면 3명은 원장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에 대한 1심과 항소심 신문 내용이 큰 차이가 없어 기밀누설로 보기도 어렵다”며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 중 최모 팀장은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건, 임동원 두 국정원장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이들의 증언이 필요한 검찰로서도 국정원의 불허 통보를 되돌리기 위해 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홍)에 20일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검찰은 또 유관기관 등을 통해 국정원을 설득해 직원들의 증언불허 방침을 재고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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