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핑케 지음ㆍ김조년 옮김 / 바이북스 발행ㆍ368쪽ㆍ1만5,000원
많은 사람들이 조피 숄(1921~1943)의 이름을 기억한다. 나치 저항조직 ‘백장미’에서 활동하다 22세에 처형된 그의 삶은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과 영화 등을 통해 큰 감동을 줬다. 아무도>
기자 겸 작가인 헤르만 핑케는 조피 숄의 전기를 쓰던 중 카토 본트여스 판 베이크(1920~1943)라는 낯선 여성의 이름에 주목했다.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카토는 베를린에서 강제 노동을 하던 프랑스인 포로들에게 비누나 담배 등을 몰래 건네줬다. 위험한 줄 알았지만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941년 나치 저항조직 ‘붉은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 그는 ‘국민들 사이에 독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퍼져 있다’는 제목의 전단을 작성해 돌렸다. 다음해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됐고, 숄이 처형당한 몇 달 후 사형당했다.
카토는 조피 숄과 놀라울 만큼 비슷하게 살았던 인물이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냉전 시대, 동독이 카토가 활동했던 나치 저항조직 ‘붉은 오케스트라’를 공산주의 단체로 규정,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그의 가족이 살고 있던 서독에서는 소련을 도왔던 스파이로 취급해 보상이나 평가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한 것.
각자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재단하는 시절, 카토의 삶은 오랫동안 묻혀있을 수 밖에 없었고 독일 통일 이후에야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편지와 일기, 감옥 내에서 주고받은 비밀쪽지 등을 통해 카토의 짧은 생애를 되살린 저자는 “카토는 나치 뿐 아니라 냉전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돼 이중, 삼중의 형벌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말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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