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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서 온 '반 고흐' 수송에서 전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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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서 온 '반 고흐' 수송에서 전시까지

입력
2007.11.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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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반 고흐’전 개막을 나흘 앞둔 20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네덜란드에서 방한한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뮐러 미술관 소속 미술품 복원사들이 커다란 확대경을 쓰고 작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포장 직전 작성한 ‘컨디션 리포트’와 작품의 현재 상태를 비교해보고 있다. 담당 복원사가 보고서에 서명을 하고 ‘오케이’ 사인을 내면, 작품은 그제서야 전시장의 제 위치로 이동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시기별 대표작 67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보험가액만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미술전시 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 한 점당 보험가액이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메가톤급의 귀한 작품들은 어떻게 모셔왔을까.

네덜란드에서 보내온 반 고흐의 작품들은 왕족이나 대통령 등 각료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처럼 다섯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에 왔다. 각 항공편마다 해당 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들이 호송관(courier)으로 동승, 통관 업무 등 운송을 담당했다.

크레이트(미술품 전용 포장박스)는 이동 및 기후변화에 따른 작품의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제품으로, 개당 가격이 웬만한 미술품 값에 해당하는 1만유로(1,350만원) 안팎이다. 네덜란드의 반 크랄린젠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터틀(turtle)’이라는 노란 철제가방인데, 운항 비행기가 폭파돼 바다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 완벽하게 방수 처리됐다.

맞춤옷처럼 개별 포장되는 작품들은 먼저 중성종이로 한 겹 싼 후 특수 비닐로 완전 밀폐 포장한 다음 크레이트 안에 넣어진다. 강력한 다중 박스 구조의 크레이트는 내부에 작품에 따라 크기 조절이 가능한 ‘모서리 충격 보호대’가 있어 작품을 크레이트 안에 탄탄하게 고정, 진동 등 외부충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술작품 운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크레이트 내부의 온ㆍ습도를 전시장과 비슷한 상태로 유지해 주는 것. 전시실은 온도 20~22도, 습도는 50~55%, 조도는 유화의 경우 200룩스, 빛에 바래기 쉬운 종이작품은 50룩스로 유지된다. 이를 위해 크레이트의 테두리에는 외부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완충해 서서히 전시실 온도 수준으로 맞춰주는 기능의 특수형상물질이 부착됐으며, 내부는 어떤 변화에도 50% 내외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항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작품이 미술관에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개봉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무진동차량으로 옮겨진 작품들은 현지 기후적응을 위해 24시간 동안 3층 전시실에 포장째 보관됐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화작품의 표면이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품 포장지도 작품 못잖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각기 고유번호가 붙은 중성지와 밀폐비닐은 전시 기간 동안 크레이트 안에 고이 모셔진 채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된다. 포장 해체 과정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까지 버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다. 컨디션 체크까지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작품은 드디어 전시장 벽면에 디스플레이 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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