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진 200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 시험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고사장 안팎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또 한 고3 학생은 ‘수능 거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화재가 발생, 점심을 먹던 수험생들이 놀라 대피하거나 소화기로 직접 불을 끄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12시40분께 대구 수성구 지산동 능인고 2층 제7고사장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10분만에 진화됐다. 화재 당시 고사장에서는 수험생 28명이 2교시 수리과목 시험을 마치고 점심식사 중이었다.
교실 앞 TV 뒤쪽에서 연기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불은 수험생과 교직원들이 재빨리 소화기를 들고 나서 곧 진화됐다. 불을 끈 학생들은 학교측이 마련한 인근 교실로 옮겨, 오후 1시10분부터 시작된 3교시 외국어 시험을 차질 없이 치를 수 있었다.
112 경찰차와 119 구급차도 수험생 수송에 바빴다. 이혜린(19ㆍ여)양은 이날 새벽 급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으나, 연락을 받고 달려온 112 순찰차를 타고 고사장인 서울 용산구 성신여고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이 양은 학교측이 마련한 양호실에서 문제를 풀었다.
뇌성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수험생 28명은 119 구급차량을 타고 특별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일반 수험생보다 매 교시 20분씩 연장해 시험을 치렀고, 거동이 몹시 불편한 일부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수험생 말을 듣고 대신 답안지에 표기하는 이기(移記)실도 운영됐다.
일부에서는 수능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오전11시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는 고 3학생 허그루(18ㆍ간디학교)군이 ‘입시폐지 및 대학서열화 반대’를 주제로 1인 시위를 벌였다.
허군은 “친구들이 마음 졸이며 고사장으로 향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작은 목소리로나마 현 입시제도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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