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대선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양측은 재협상 여지를 아직 닫지 않았으나, 20일로 예정된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독자출마 선언 등을 감안하면 후보등록 전날인 24일까지 합당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범 여권 후보단일화 작업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범 여권 후보들이 등록 이후에도 각개약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신당 정동영 후보는 그간 구상해 온 대선 구도를 원천에서부터 새로 짜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대선구도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보수진영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와 이인제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 범 여권 후보들의 지지도를 합산해도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판세가 1강 2중 다(多)약 구도로 굳어지면서 범 여권이 사실상 대선을 포기해야 할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이명박 후보의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판세가 출렁이면서 변화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지리멸렬한 범 여권이 반사이득을 챙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이회창 후보가 과실을 따먹을 확률이 높다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바로 이 같은 절박한 상황이 통합은 안되더라도 후보단일화를 재촉할 것이라는 역설도 만만치 않다. 정동영 후보 측을 포함한 신당 관계자들이 후보 단일화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인제 후보도 지지율이 1~2%대인 상황에서 마냥 독자출마를 고집할 수 없다”며 “이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을 앞두고 최소한 범 여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 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합당이 결렬된 만큼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중도보수화로 규정하고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문 후보 측도 단일화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문 후보 역시 지지율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 문 후보 측도 양당 합당 결렬 소식에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생겼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단 후보등록을 한 뒤 단일화는 지금보다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절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어서 범 여권이 힘든 처지에 몰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분 문제는 또 다시 따라붙을 난제이고, 이를 지분을 미끼로 한‘후보 매수’등 논리로 몰아붙일 한나라당의 견제 또한 극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에서 후보등록 이후 단일화가 성사된 적은 없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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