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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꿈이 없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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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꿈이 없는 교실

입력
2007.11.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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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신 저서 <부의 미래> 에서 한국이 중국 일본 인도 등과 함께 다가올 미래에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내다봤다. 토플러 박사는 6월 방한했을 때 한 독자가 그 이유를 묻자 "한국은 변화에 잘 적응한 역사를 가진 역동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30년 만에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성장한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100년 동안에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했다는 것이다. IT산업의 눈부신 발전에서도 증명됐듯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활력이 그 같은 평가를 얻게 한 밑천이었음은 분명하다.

▦ 그러나 토플러의 예측을 무색케 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도전과 모험을 기피하고 안정과 안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얼마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ㆍ중ㆍ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래 희망 1위 직업은 단연 교사였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주요인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교직이 안정된 직업이라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도전과 성취보다는 안정되고 편한 직장을 찾는 풍조가 어느덧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번진 것이다.

▦ 어제 발표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국가별 직업 평판 비교 내용도 실망스럽다. 미국과 독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계공학 엔지니어, 중소기업 간부 민간부문이 1~3위에 들었다.

반면 한국은 국회의원이 1위였고 약사와 교사가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위험이 따르거나 도전적인 분야의 직업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교사와 공무원이 배우자직업 선호도에서 1, 2위를 다툴 만큼 인기가 높은 현상도 맥이 같다. 대학가가 거대한 고시학원이나 공무원시험 학원으로 변한 지는 이미 오래다.

▦ 토플러는 한국이 미래에 주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나 경제의 외형성장보다는 관료주의를 빨리 벗어 던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늘리기에 앞장서고 있고, 젊은이들은 공무원과 교사 등 안정된 일자리로만 몰리는 현실에서 관료주의 탈피 등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개혁은 발 붙일 자리가 없다.

잘 나가는 기업들도 돈을 쌓아 놓고도 위험을 피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어린 학생들까지 교실에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고 안정된 내일만 계산하고 있다면 세계의 중심이 되는 미래는 없다.

이계성 논설위원 wk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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