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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흥행의 필수조건 '주역 위에 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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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흥행의 필수조건 '주역 위에 아역?'

입력
2007.11.2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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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메리 포핀스> <치티치티 뱅뱅> 등은 아직 한국에서 공연되지 않았지만 마니아층의 관심도가 높은 뮤지컬이다. 이들 작품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아역 배우의 뛰어난 역량이 작품 흥행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편의 뮤지컬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아역 배우의 몫이 그만큼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좋은 아역 배우가 흥행 뮤지컬을 만드는 일등 공신으로 떠오른 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달 15일 개막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애니> 가 대표적인 경우.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는 지난해 국내 초연된 이 작품은 고아 소녀 애니를 중심으로 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뮤지컬로 아역 배우가 주요 배역을 포함해 11명이나 등장한다. 아역 연기자의 호연으로 <애니> 는 지난해 공연이 몰린 연말 ‘뮤지컬 전쟁’의 승자가 됐고 올해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아역 배우의 어깨가 무거워졌음은 실패한 뮤지컬의 사례를 통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 지난달 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1년 만에 막을 내린 뮤지컬 <라이온 킹> 의 경우 어린 심바를 맡은 아역 배우의 어설픈 연기가 실패의 주요인 중 하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뮤지컬에서 아역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족 뮤지컬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족 뮤지컬은 어린이 뮤지컬과 동의어처럼 쓰이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으로 인식돼 왔지만 뮤지컬 선진국인 미국, 영국 등지에서는 전세대가 공감하며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이 각광 받고 있다.

내년 4월 초연하는 창작 뮤지컬 <소리도둑> 의 제작사 쇼틱커뮤니케이션즈의 김종헌 대표는 “뮤지컬 시장의 급팽창으로 1980~90년대의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부분 소개된 시점에서 우리도 콘텐츠의 다양성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며 “아역 배우가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가족 뮤지컬이 차기 콘텐츠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리도둑> 은 아역 배우가 주인공인 가족 뮤지컬을 표방한 작품으로 9월엔 대대적인 아역 오디션을 실시하기도 했다.

아역 배우의 희귀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다. 개성 있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뮤지컬 아역 연기자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남자 아역 배우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남자 아역 오디션을 열었던 뮤지컬 <라디오 스타> 의 제작사 쇼플레이는 수주 전부터 오디션 공고를 냈지만 약 30명이 서류를 접수하는데 그쳐 서류심사를 통과한 9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치렀다. 심사를 맡은 <라디오 스타> 연출자 김규종씨는 “아이들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면서도 “배경이 시골인데 도회적인 아이들만 많아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역 배우를 뮤지컬계 성장의 토대로까지 보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뮤지컬계 발전을 위해서는 당장 상품성이 있는 작품을 찾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인적 인프라, 교육 인프라 등 기반 환경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사라 제시카 파커, 필 콜린스 등 뮤지컬 아역 배우 출신들이 문화예술 업계 주요 인사로 활약하고 있다”면서 “배우 뿐 아니라 제작자, 스태프 등으로도 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역 배우 발굴, 육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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