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캠프가 차려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선 선거 판의 '상식'이 날마다 깨진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이 18일 기자들을 만나 "솔직히 우리 캠프는 캠프 같지 않은 캠프였다"고 말할 정도다.
선거 전략과 캠프 운영이 워낙 허술하다 보니 캠프 주변에선 "선거를 제대로 치를 의지가 있느냐" "의도적으로 워밍업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마저 나온다. 한마디로 "BBK 한탕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18일로 이 전 총재가 출마 선언을 한 지 열하루째이지만, 그간 제대로 된 공약은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주 부산 등에서 '과감한 국가 개조를 통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 분권을 실현하겠다'고 아이디어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지역 기자 간담회 때 추상적 지역 공약을 소개한 것이 전부다.
그는 15일 오히려 "한나라당의 공약들은 내가 (대선 후보로) 있을 때 구상했던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18일 "정책팀에서 외부 자문 교수들에게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공약을 만들고 있고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면서도 공약 내용에 대해선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선거 조직을 만드는 일에도 심드렁하다. '창사랑' 등 자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는 단체나 개인을 느슨하게 엮는 수준의 작업이 전부다. 지역 조직이 없다 보니 이 전 총재의 지방 방문 때 들르는 행사장에는 유권자보다 기자가 훨씬 많은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선 막강한 조직과 돈이 있었어도 패했다. 이번엔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게 이 전 총재의 입장이다. 캠프 출범 때는 조직 열세를 인터넷 바람으로 만회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아직 까진 딱히 선보인 게 없다. 캠프 조직도 중구난방이다. 현재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 팀들 사이에 소통이 안 돼 하루에 한 두 건씩 실무적 '사고'가 생긴다.
캠프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은 캠프에서 정식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선거 전략을 짜는 기본 데이터이다.
강삼재 팀장은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10여 차례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했다"며 "일반 여론조사 전문기관보다 격이 떨어지는 팀이라 신뢰도 등의 문제 때문에 어디인지 공개할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일반 조사 결과와 우리 캠프에서 나온 결과가 다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혜연 대변인은 "조만간 제대로 된 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