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등급을 받을지 감을 잡지 못하겠어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일선 고교는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수능이 성적표에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일절 기재되지 않고 사상 처음 상대평가에 따른 영역별 등급(1~9등급)만 표시되는 바람에 ‘안개속 진로 지도’를 해야 할 판이다. “수능 성적이 통지되는 내달 12일까지는 진학 지도에 손을 놓는 게 낫다”는 푸념도 나온다. 수험생들도 “등급이 어떻게 매겨질 지 모르는데 지원 전략을 어떻게 짜겠느냐”고 답답해 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사설 입시기관과 학원이 가채점을 통해 내놓은 영역별 등급배치표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회원수가 많은 입시기관 홈페이지에 가채점 결과를 집어넣고 실시간으로 등급 변화를 지켜보는 학생들도 많다.
수리 ‘가’형에서 90점(원점수 기준)을 받았다는 서울 H고 3학년 성모(18)양은 “90점 정도면 2등급은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점수였는데, 한 입시 전문 사이트에서는 92점을 2등급 커트라인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서울 서문여고 이희연(18)양은 “몇 등급이 나올지 몰라 지원 가능 대학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많은 친구들이 남은 기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답답하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제출한 가채점 결과를 받아 놓고도 “무슨 수로 2등급, 3등급 점수를 가르느냐”며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 잠실고 김남형 교감은 “아무래도 처음 실시되는 등급제 수능인 만큼 진학지도에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면서도 “우선은 지금까지 실시해 온 모의수능 결과와 각종 입시분석 자료를 종합적으로 참고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현재로서는 수험생 스스로 수능 결과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다가올 기말고사와 대학별 논술ㆍ면접에 착실히 대비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신일고 최경호 진학지도부장 교사도 “사설입시기관과 학원 자료는 당장의 ‘참고’사항일 뿐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맹신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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