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영국의 권위있는 테니스전문지 '테니스매거진(www.tennis.com)'은 1965년부터 2005년까지 40년간 최고의 테니스 선수 40인을 선정했다. 1위는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인 14회 우승과 6년 연속 연말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피트 샘프러스(36ㆍ미국). 당시만 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과였다.
3년의 시간이 흐른 2007년. 새해 벽두부터 테니스계는 '역대 최고'의 자리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도무지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기량으로 세계랭킹 최장 기간 연속1위(199주)를 지키고 있는 로저 페더러(26ㆍ스위스)가 샘프러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과연 누가 더 위대한가.
이런 물음에 해답의 실마리를 줄 수 있는 보기 드문 이벤트 경기가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20일 오후 5시50분부터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매치 로저 페더러vs 피트 샘프러스'(SBS생중계)는 국내 테니스팬 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될 만한 커다란 이벤트다.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역대 최고의 선수 1,2위로 꼽히는 양 선수가 맞붙는 건 지난 2001년 윔블던오픈(페더러 3-1승)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경기를 하루 앞둔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둘은 서로를 최고로 꼽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다. 샘프러스는 "페더러는 조만간 테니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다. 최근 5년간 그가 이룬 업적은 내 전성기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페더러는 누구보다 지배적이었다"고 페더러를 치켜세웠다.
반대로 페더러는 "이런 논쟁들은 아마 내가 은퇴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지만 샘프러스가 역대 최고다. 나를 그런 수준에 놓고 논쟁하는 것이 영광일 따름이다"고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둘은 "내일은 승패를 떠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경기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31ㆍ삼성증권)이 SBS 객원 해설위원으로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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