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진영(35)이 6년 만에 무대에 섰다. 작곡가ㆍ프로듀서로 살던 그가 다시 ‘현역’의 길을 선택했다. 긴 공백을 깨는 7집 앨범의 제목도 < 백 투 스테이지(Back To Stage)>. 15일 밤 열린 쇼케이스에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랜 고민 끝에 깨달은 것은 결국 나는 딴따라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1년 6집 <게임> 을 내놓은 후 박진영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세계적 스타가 된 비를 비롯, 여러 후배 가수를 키워냈고 미국 팝 시장에 진출해 적잖은 성공도 이뤘다. 하지만 결코 쉽지않은 과정이었다. 그는 “인기 연예인으로 살다가 낯선 땅에서 무시를 당하니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가 다시 무대에 설 마음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서른다섯이 되니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제 그 해답을 알았다. 경영자ㆍ프로듀서도 좋지만 결국 난 딴따라다. 한 명의 관객이라도 내 앞에 남아 있는 한, 무대에서 감동을 주고 싶다.” 이름값에 안 어울리게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박진영은 이날 무대에서 ‘니가 사는 그 집’ ‘나 돌아가’를 부르고 ‘키스’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것은 ‘박진영은 철들지 않았다’는 사실. 음악의 형(形)은 확장됐으나,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성(性)에 대한 갈급은 여전했다.
젠체하지 않고, 진솔하게 꿈틀댔다. 가늘게 늘이다가 눅진하게 감겨오는 목소리, 자기애를 이기지 못한 듯 격렬히 어깨를 비틀어대는 몸짓도 그대로였다. 그 철없음이, 많은 이들에게 반가움으로 다가올 듯했다.
타이틀곡 ‘니가 사는 그 집’은 힙합 리듬에 담긴 떠나간 사랑의 미련.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니가 차린 음식, 니가 낳은 아이까지도 모두가 내 것이었어야 해… 지금 니 앞에 그 남자의 자리, 그거 워래 내 자리잖아…” 9년 전 발표한 ‘십년이 지나도’와 겹친다.
“그래 난 괜찮아. 너만 그 사람이 좋다면… 혼자서도 사랑은 계속될 테니까…” 박진영 특유의 것이라고 해도 좋을 이런 류의 감수성이 이번 음반에도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이런 취향이 가요시장의 주 소비층인 10, 20대에 먹힐 수 있을까.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결국 내 팬도 나와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니가 사는 그 집’은 어린 친구들과는 거리가 있는 음악이다. 어린 친구들 앞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려니 난감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옛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박진영은 “사랑에 대한 욕구는 죽을 때까지 있다”며 “누구나 그런 환상을 갖고 있을 때 건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복귀를 결심했지만 그는 제작자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6월 뉴욕 맨해튼에 ‘JYP USA’를 설립하고 민, 지 소울, 제이 림 등의 미국 진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듀서로서 아시아 가수를 빌보드 톱 10 안에 넣는 것이 목표”라는 박진영. 그러나 둘(가수와 프로듀서) 중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에, 의외로 쉽게 대답이 나왔다. “프로듀서로 행복할 때는 제정신으로 행복하지만, 가수로 행복할 때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래서 가수가 더 좋다.” 딴따라의 귀환이 기대되는 이유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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