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한국이 사랑하는 프랑스 소설가 “이승우는 문명의 폭력에 대비되는 세계를 시적으로 묘사…한국문학은 참여성향 강해… 난 개인적인 글쓰기 치중”
이승우-프랑스가 사랑하는 한국 소설가 “르 클레지오 최근작 ‘혁명’ 에선 방대한 서사 탁월…작가가 현대사회 그늘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
“이승우 선생의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을 인상깊게 읽었다. 선생의 작품엔 정(情)으로 불리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한국 특유의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에 두면서도 여타 한국 작품과는 다른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다.”(르 클레지오) 식물들의> 생의>
“최근 한국에 소개된 르 클레지오 선생의 장편 <혁명> 엔 마치 전세계를 한 동네처럼 다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방대한 가족사가 펼쳐진다. <조서> <홍수> 같은 초기작에서 보여주던, 인간 내면의 편집증적인 탐독에서 벗어나 서사가 넓어졌다.”(이승우) 홍수> 조서> 혁명>
‘프랑스가 사랑하는 한국 소설가’ 이승우(47)씨와 ‘한국이 사랑하는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67)씨가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20일 오후 교보문고, 대산문화재단, 이화여대 통번역학연구소가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공동 개최한 ‘낭독공감’ 행사에 참석해 한국문학의 경향, 서로의 작품 세계 등을 주제로 1시간 30분간 대담했다. 다음달 3일엔 같은 장소에서 소설가 황석영씨가 르 클레지오씨와 대담한다.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초빙교수로 방한, 9월부터 이 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르 클레지오씨는 매년 불어권의 노벨문학상 유력 작가로 꼽히는 거장이다.
1963년 첫 소설 <조서> 로 프랑스 유수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거의 매해 작품을 펴내면서 투명하고 시적인 문체로 세계의 세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다. 조서>
유려하면서도 탄탄한 문장으로 사변적, 관념적 주제를 천착, 한국 현대소설에서 독특한 위상을 점하고 있는 이씨는 2001년과 작년에 각각 불어로 번역 출간한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이 모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페미나상 외국어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들의> 생의>
르 클레지오씨는 “서구 문단에서 작가들은 더이상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거나 특정 그룹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나도 알제리 독립전쟁 등을 경험하며 썼던 초기의 소설 경향을 벗어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아우르는 교향곡 같은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참여적 성향이 강한 한국문학과는 달리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글쓰기를 한다는 르 클레지오씨의 지적에 이씨는 “내게 소설은 현실의 집을 갖지 못한 사람의 대체 욕망이며, ‘쓴다’는 행위는 목적어 없는 자동사”라면서도 “소설로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엔 찬성하지 않지만 현대 사회의 그늘을 비추지 않는 것은 작가로서 옳지 않은 자세”라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씨는 <식물들의 사생활> 에서 불구가 된 아들을 업고 창녀촌을 찾는 어머니, <생의 이면> 에서 내면에 유폐된 주인공을 세상으로 인도하는 여성 등을 거론하며 “이승우 소설은 거친 도시 문명 속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에 대비되는 여성적 세계를 부드럽고 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의> 식물들의>
이씨는 “사랑의 약함, 부드러움이 세계의 폭력과 동물성의 구조를 견디게 하고 바꾸는 힘이라는 역설적 믿음을 신뢰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대담 도중 두 사람은 이씨의 작품을 각자의 모국어로 낭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르 클레지오는 자신의 장편 <혁명> 을 언급하며 “내가 태어난 모리셔스 섬에 가면 사촌, 고모, 이모 등 내가 가족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이 600명은 된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프랑스 사람이라기보단 가족 관계를 중시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혁명>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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