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잠들어 있던 산하가 건각들의 거친 숨소리에 깨어났다. 지역 주민들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달려 나와 청춘들의 행진에 애정어린 박수를 보냈다. 경산 시내로 접어들자 경북체고 교사와 학생 400여명이 열렬한 함성을 보태기도 했다.
제53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주최 한국일보사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한국) 2일째 레이스가 20일 밀양-대구(68.1㎞) 대구간에서 펼쳐졌다. 전날 1위로 나선 ‘디펜딩 챔피언’ 충북은 이날도 3시간 40분38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 종합 7시간 30분01초로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3시간 41분42초를 찍은 2위 경기는 종합 7시간 32분48초로 충북을 뒤쫓았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경북과 인천은 각각 3위와 5위로 한 계단씩 도약했다. 첫 날 3위였던 서울은 종합 4위로 밀렸다.
‘단골 우승팀’ 충북은 여자선수들끼리 경쟁한 1소구간에서 김미선이 전날에 이어 다시 1위를 차지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2~7소구간까지 줄곧 2위 또는 3위로 선전한 충북은 여자 구간인 마지막 8소구간에서 김성은이 1위로 골인하며 종합 1위를 지켰다.
이날은 레이스 내내 바람이 강하게 불어 구간 신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황준현(인천), 서행준(전남) 두 선수의 활약을 통해 ‘케냐 프로젝트’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마라톤 중흥을 위해 8주간의 케냐 전지훈련을 마련했다. 당시 5명의 장거리 유망주들이 훈련에 참가했고 그 중 황준현과 서행준도 포함돼 있었다. 황준현은 이날 4소구간에서, 서행준은 6소구간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한편 이날 오전 밀양~상동 1소구간 출발점에는 엄용수 밀양시장이 나와 대회 관계자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엄 시장은 “전통의 대역전경주대회 코스에 매년 밀양이 포함돼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책임질 대역전경주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구=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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