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이 어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이번 회담은 8조 49개에 이르는 광범한 합의 못지않게 분위기도 어느 때와도 달랐다.
상투적인 정치성 발언 등의 기세싸움이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정된 시간에 공동합의문을 내놓은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변화가 남한의 정권이 바뀌기 전에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북측의 계산이라고 비트는 시각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6자회담 진전에 따라 연내로 시한이 정해진 북핵 불능화 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핵 프로그램 신고도 약속대로 이행되고 있는 중이다. 북측이 이런 진도에 맞춰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보면 총리회담을 통해 드러난 적극성은 오히려 당연하다.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와 함께 서해평화협력지대 추진 방향의 윤곽을 잡은 것 등은 상당한 성과다. 특히 개성공단 내 통신회선 증설에 더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내년 중에 사용 가능하도록 하고 통행절차를 개선키로 한 것은 숙원이었던 개성공단 3통 문제에 큰 진전이다.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운행 합의는 개성공단 물류 능력 확대 외에 6ㆍ25때 단절된 경의선이 56년 만에 연결된다는 상징성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미비하거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합의된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군사적 보장조치가 수반되어야 실천이 가능한데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 문제는 27~29일 평양서 열리는 국방장관회담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과거 획기적 합의들이 군사적 보장조치에 걸려 좌절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제2차 정상회담과 총리 회담의 분위기를 이어 받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걱정은 향후 추진 일정이 대선 일정과 맞물려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 당국은 길게 보고 정치일정과는 무관하게 합의한 사항을 추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측이 모든 것의 대전제인 핵 폐기를 6자회담 합의에 따라 흔들림 없이 이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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