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가 18년 동안 자신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월급은커녕 정부에서 지급하는 장애인 지원 수당마저 주지 않고 가로챈 양계장 주인을 상대로 4억8,000만원의 미지급 임금 청구소송을 냈다.
19일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정신지체장애 3급인 장모(48)씨 부부는 1988년 3월부터 박모씨 소유의 양계장에서 1만2,000여마리의 닭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장씨 부부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하루 평균 15시간을 양계장에서 보내며 마스크 하나 없이 악취가 진동하는 닭똥을 처리했다. 장씨 부부는 양계장 일 외에도 박씨의 집안 일과 과수 재배 등에도 동원됐고, 주말에도 변변한 휴식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장씨 부부의 이 같은 생활은 지난해 7월 박씨가 경찰에 고발되고 연구소가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설 때까지 18년간 이어졌다. 장씨 부부는 양계장에 딸린, 벌레가 득실대는 작은 방에서 오랜 기간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온 탓에 최근까지 탈모, 위장질환, 협심증,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장씨 부부에게 임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1992년부터는 이들 부부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계보조비와 장애인 수당 등 6,9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박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구지법 상주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 받았다.
장씨 부부는 이날 연구소와 법무법인 히포크라의 도움을 받아 박씨를 상대로 횡령금과 미지급 임금 등 4억8,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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