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이명박과 테프론 후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이명박과 테프론 후보

입력
2007.11.22 06:17
0 0

1976년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지미 카터는 대표적인 성인잡지인 플레이보이지와 인터뷰를 했다. 카터의 파격 행보는 지나치게 강한 종교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모험이었다.

빌 클린턴은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TV토크쇼에 나가 색소폰을 불었고, 로널드 레이건은 유려한 화술과 매력적인 미소, 능란한 정치적 제스처로 유권자들의 신뢰감을 극대화시켰다. 언론학자인 강준만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정치권의 이런 이미지 정치 행태에 대해 “정치는 쇼비즈니스”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후보자의 정책이 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이라면 후보자의 이미지는 충분조건이다. . 미디어에 의해 창조된 현실이라는 뜻의 미디얼리티(Mediality)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는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핵심 전략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레이건은 ‘테프론대통령’이라고 불렸다.

테프론(Teflon)은 먼지가 묻지 않는 특수섬유 상표이다. 온갖 실책을 저질러도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상처를 입지않고 책임에서 면제된다는 의미로 언론에서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요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보면 ‘테프론 후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되는 실수에도 불구, 지지율이 꿈적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원천은 이 후보가 대선 기간 내내 만들어낸 ‘경제성공’의 신화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금 속으로 멍들고 있다. 이미지의 위기이다.

단적인 예가 ‘진대제 해프닝’이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발언을 근거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가 진 전 장관측에서 강력히 부인하자 이를 번복했다. 아직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헛발질을 한 것이다.

여당의 도지사 후보로까지 출마했던 진 전 장관이 온다면 ‘이명박대세론’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또 ‘디지털 신화’의 진 전장관은 이 후보의 아날로그 이미지를 보완해 준다. 그러나 ‘정치 금도’를 깨뜨렸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진 전 장관에게도 ‘정치적 배신’ 이라는 비난을 감내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깜짝쇼’ 카드가 아니라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허망하게 날아갔지만 이 후보가 나라를 이끌 인재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얻는다는 ‘탕평’의 리더십을 각인 시킬 좋은 소재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실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순방이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지 얼마나 지났는가. 또 이 후보와 이 후보 주변에선 얼마나 많은 실언들이 쏟아져 나와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가.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 후보가 ‘경제지도자’ 외에는 별다른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와 측근들은 ‘실수가 많다’는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이 후보의 미소는 레이건의 웃음 만큼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는 클린턴 만큼 쇼맨쉽이 뛰어나지도 않다.

그와 캠프의 많은 실언과 실수들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도를 떨어뜨려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짐으로 남을 것이다. ‘테프론 후보’인 그가 ‘테프론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실수의 악순환을 끊어라. 그리고 ‘경제’ 외에 자신을 지탱해 줄 제2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태희 정치부 차장대우 good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