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또 다시 급락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관련된 선진국 주요 금융기관의 손실이 예상보다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전체적으로 1,500억~4,800억 달러까지 손실이 예상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눈앞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니 이들의 주가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벌써 고점 대비 약 20% 하락으로 미국 증시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제는 자고 일어나면 모기지 부실 고백이 하나씩 더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미국 모기지와 관련해 손실을 본 것이 없는데도, 동반 급락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크게 보면, 글로벌 증시 동조화 현상으로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강화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좀 더 본질적으로 주식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신뢰도 하락이 미국 경기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 금융기관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당연히 대출이나 신용공여의 위축으로 연결된다.
그 경우, 미국 경제의 약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줘, 경기의 연착륙 전망에 금이 가게 되는 것이다. 2002년 카드채 부실 당시 우리나라 내수경기가 침체를 겪었던 경험을 되살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 증시 전반이 우려하는 것은 아직도 전세계 GDP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경기가 침체로 이어지게 될 경우, 선진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진 아시아 국가의 경기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미국 금융기관의 손실이 아니라 미국 경기의 연착륙 여부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미국 경기의 경착륙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된다. 물론 부동산과 주식 가격하락으로 인한 ‘역(逆) 부의 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어느 정도 소비둔화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 미국 소비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한 침체로 진행된 적은 없었고 양호한 고용과 임금소득 등을 고려할 때, 그 것이 경착륙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