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던 철도 노사분규가 철도노조의 파업 계획 철회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파업을 선언하며 주장했던 요구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파업 1시간 전 돌연 “파업 유보”
철도노조는 파업 돌입 예정 시각을 불과 1시간 남긴 16일 새벽 3시께 서울 대전 등에 모여 있던 노조원들에게 파업 유보를 선언하고 현장 복귀를 지시했다. 15일 오후 2시부터 날을 넘겨 진행해 온 사측과의 마라톤 협상에 진척이 없자 이 같이 결정한 것이다.
철도노조는 “일단 현장에 복귀한 뒤 사측과 교섭을 재재하고 해결 못한 철도 공공성 확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의 교섭 대표인 이철 코레일(옛 철도공사) 사장은 “노조가 파업 유보를 공식 통보해 왔으며, 이는 파업 철회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동차 등 모든 열차는 정상 운행했다.
파업 동력 약화로 백기
철도노조가 갑자기 파업 유보로 후퇴한 것은 파업 동력이 약화한데다 불법파업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재적 조합원 중 불과 53%만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원 절반이 파업을 거부한 것이다.
게다가 사측과 막판 교섭을 진행하던 15일 밤 135개 노조 지부 중 일부 지부에서 파업 불참을 선언, 해고자 복직 등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상관없는 이슈들로 파업을 강행하려던 노조 지도부를 압박했다. 사측이 “불법파업 가담자 전원에게 징계와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조합원들의 파업 대오 이탈을 부추겼다.
불법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도 노조가 백기를 들게 한 요인이다. 철도노조가 지난해 3월 이후 또 다시 불법파업에 들어가려 하자 “언제까지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으로 노조의 이익을 챙기려 하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노조 “재협상 없으면 다시 파업”
노조측의 주요 요구사항은 ▦해고자 복직 ▦인력 충원 ▦전 KTX(여승무원) 직접 고용 ▦구조조정 철회 등이었다. 지난해 3월 파업 때와 똑 같은 쟁점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또 다시 하나도 풀지 못하고 갈등만 서둘러 봉합한 것이다.
이와 관련, 노조는 “사측이 그 동안 ‘파업을 안 하면 계속 대화하겠다’고 한 만큼 모든 쟁점들은 재논의 돼야 한다”며 “사측과의 추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 사장은 그러나 “해고자 복직과 KTX 승무원 고용 문제 등에 대한 단체협상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노조가 이번에 내세웠던 쟁점에 대해서도 더 이상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KTX 여승무원 문제의 해법을 놓고 노동부와 건교부가 혼선을 빚은 것처럼 정부의 원칙 없는 대응이 철도 노사관계를 악화시킨 측면이 크다”며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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