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쿼크 지음ㆍ김경숙 옮김 / 해냄출판사ㆍ320쪽ㆍ1만2,000원
“충직한 상대는 칙칙하고 난잡한 상대는 화려하다, 친절한 남자와 위험한 것은 섹시하다, 가장 섹시한 것이 살아 남는다, 여자는 사랑 받기 위해 섹스하고 남자는 섹스하기 위해 사랑한다….”
<정자에서 온 남자, 난자에서 여자> 의 주장은 과격하고 때로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관계 맺기와 인간의 욕망, 사회 형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정자에서>
되도록 많은 씨를 뿌림으로써 종족을 유지하려는 정자, 가장 우수한 정자를 받아들여 씨를 품으려는 난자의 속성에 남녀의 본질이 있다는 진화생물학의 주장이 놀라운 입심으로 펼쳐진다.
여자들이 다이어트와 성형에 매달리는 것도, 남자들이 음경의 크기와 권력에 집착하는 것도 유전자의 전략이다. 때로 정상적인 관계에서 그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남과 여는 간통이라는 통로를 택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역시 ‘섹시한 아들 갖기’가 지고의 목표다. 인륜과 상식은 일단 뒷전이다.
책에 따르면 출장 간 남자의 정자수가 30% 증가하는 것은 남겨진 부인을 침범할지도 모르는 다른 정자들과의 싸움에 대한 준비다. 생산에 관해 여성이 받은 놀라운 선물은 자궁이다.
한편 남성에게 자궁이 없다는 사실은 양면적이다. 사회적 특권에 대한 근거와, 자기 자식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평생을 바쳐 일을 해야 하는 남자의 숙명이 겹쳐져 있다. 경제력 없이는 로맨스도 없다는 여성들의 통념이 궤를 함께 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씩씩하고 힘이 넘치는 2세’를 생산해 낸다는 목적에 충실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여성에게 임신이란 자원과 노동, 그리고 보다 훌륭한 정자를 얻을 기회를 잃는다는 의미이다. 남자가 누구에게 매인다는 것은 자원과 노동 그리고 다른 자궁에 정자를 방사할 기회를 잃는다는 뜻이다.
인류는 출현 이후 엄청나게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는 대전제가 책의 줄기다.
책은 그래서 사람을 ‘호미니드’라 총칭한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235종의 직립 보행하는 유인원 종류는 동일한 유전자가 변화하고 발현된 결과라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관계가 유지되려면 성적인 관계가 우정과 친밀감이라는 자연스러운 유대감으로 승화돼야 한다는 말은 진화생물학이 주는 충고다.
이 책은 2006년 미국서 출간, 진화생물학을 일반화하는 데 성공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대단한 입심의 대가다. 국역판에는 자칫 생소할 수도 있을 진화생물학적 용어에 대한 옮긴이의 풀이가 이해를 돕는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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