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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어스프레이'…한국서 느끼는 브로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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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어스프레이'…한국서 느끼는 브로드웨이

입력
2007.11.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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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순수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백인 소녀 트레이시의 꿈은 TV 댄스 경연에서 우승하는 것. 인종 차별이 심한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가 배경이지만 트레이시는 흑인 친구들과 진실한 우정을 쌓고 또 그들에게 춤을 배우면서 꿈을 이룬다.

평범한 주인공 만큼이나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의 뮤지컬 코미디 <헤어스프레이> 가 2003년 토니상 8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대어’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의 탁월한 기획력 덕분이다.

동명 영화(1988)를 바탕으로 2002년 철저히 상업 공연으로 기획된 <헤어스프레이> 는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헤어스프레이> 의 한국 공연은 개막 전 원작의 명성에 버금가게 우려도 컸다. 인종 차별을 다루는 등 미국색이 강한 데다 우리 제작 여건상 뚱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주인공 트레이시를 연기할 여배우를 찾는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16일 막을 올린 <헤어스프레이> 는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이번 무대는 한국화의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흥겨운 노래와 춤, 화려함으로 대표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미디 원작의 화법을 충실히 따랐다.

금발 가발을 쓴 배우들이나 흑백 갈등은 낯설었지만 전곡이 고르게 귀에 착 감기는 뮤지컬 넘버와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를 남성 배우로 기용한 독특한 발상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유머는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한없이 밝은 음악의 경쾌함을 단조로운 안무가 따라가지 못해 몇몇 장면이 늘어지거나 일부 문어체의 번역이 귀에 거슬리는 등 한국 초연이기에 드러난 제작상의 미숙함도 2시간 30분 내내 객석을 들썩이게 만든 로큰롤 음악에 묻혀 버렸다.

트레이시 역을 맡은 방진의는 라텍스와 패딩으로 특수분장을 하고도 깡마른 체형을 감출 수 없었던 탓에 수 차례 반복되는 “못생기고 뚱뚱한”이라는 대사를 무색케 했지만 안정된 가창력과 사력을 다한 연기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캐스팅 때부터 화제가 된 에드나 역의 개그맨 정준하는 인지도 덕분인지 등장하는 것만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으나 연기력 면에서는 아직 연습량이 부족해 보였다.

못생기고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는 없었지만 사랑스러움 만큼은 원작 그대로였다. 연말연시 모임 뒷풀이용으로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는 공연이다. 2008년 2월 17일까지 충무아트홀. 1588-7890.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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