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믿을 것은 실적뿐인 걸까. 고유가와 달러약세, 전세계적 신용경색 위기에 중국의 긴축우려까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을 겹겹이 둘러싼 악재 속에서도 3분기(7~9월) 상장사들은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업체, 금융업체보다는 제조업체, 제조업체 중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실적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기업들의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며 우리 경제와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1,000원 어치 팔아 83원 남겨
19일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543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3분기 매출액(174조9,000억원)은 지난해보다 9.3%, 영업이익(14조5,000억원)은 15.16% 늘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8.29%)도 지난해 동기보다 0.4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엔 1,000원 어치 물건을 팔아 78.7원을 남겼으나 올해는 82.9원을 챙겼다는 얘기다.
반면 871개 코스닥 상장사의 3분기 매출액(17조7,000억원)은 지난해보다 3.52% 늘어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8,561억원)은 오히려 9.34% 줄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규모 탓에 악재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이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4.84%)은 지난해보다 0.69%포인트 낮아져 1,000원 어치 장사에 고작 48.4원을 버는 데 그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3분기 들어 환율불안, 유가급등, 원자재가 상승 등 기업환경은 악화됐지만 조선, 화학, 철강, 금속 등 이른바 중국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지며 전반적인 실적이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 순이익 급증 10대 그룹, 업체간 희비는 갈려
가장 짭짤했던 곳은 대기업중의 대기업인 10대그룹들. 10대 그룹 56개 계열사의 3분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9.99%, 34.76%, 43.63%나 늘었다. 이는 나머지 478개 제조업 상장사의 각 부문 증가율(7.39%, 0.35%, 8.3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제조업체 실적에서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LG와 현대중공업 그룹이 단연 돋보였다. LG그룹은 LG필립스LCD가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1,127억원의 적자에서 올해 1조1,31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조선업 호황으로 순이익이 98.92% 급증했다.
SK(61.70%), 한진(51.81%), 현대차(32.49%)그룹 등도 순이익이 대폭 늘었으나 삼성(3.23%)은 한자리에 그쳤고 GS, 롯데, 한화그룹은 순이익이 되려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 호조세 계속 될까
2005년말 1,012원에서 최근 1년 반 남짓 만에 900원 대까지 떨어진 원ㆍ달러 환율이나 2배 가까이 뛴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 등을 감안하면 3분기 실적은 ‘선방’한 결과라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당초 예상(컨센서스)보다는 조금 미흡하지만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악재에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괜찮아 장기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중국관련이나 대기업 중심의 업체간 실적 차별화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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