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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겨울호 특집 '한국문학의 세계화', 문제는'창조적 보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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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겨울호 특집 '한국문학의 세계화', 문제는'창조적 보편성'이다

입력
2007.11.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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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 통계에 따르면 2007년 현재 해외에 번역된 한국문학 텍스트는 27개 언어 2,340여종이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면서 해외 번역ㆍ출판이 본격화된 지 20년 남짓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과가 결코 작지 않다.

2년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으로 초청되고, 최근 고은, 황석영씨 등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의 진전이 있지만, 세계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는 국내 문학평론가 및 외국 작가들의 견해를 통해 한국문학의 세계문학과의 소통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한국문학의 경쟁력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현재의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인정받을 만한 성취가 있는가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다. 평론가 임홍배씨와의 대담에서 윤 원장은 최근 나온 한국 역사소설들을 거론하며 “역사에 대한 사유의 깊이가 소설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학에서는 승리했지만 철학에서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손님> <바리데기> 등 황석영씨의 근작에 대해선 “90년대 이후 서사가 약화된 한국문학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면서도 “세계문학이라는 기준에서 볼 땐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평론가 정홍수씨는 한국문학을 재단하는 ‘경쟁력’이란 잣대가 “서양 근대의 특정한 소설미학을 움직일 수 없는 전제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한국문학이 고유의 역사적 경험과 통찰에 기반한 ‘창조적 보편성’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 구체적 성과로서 황석영씨의 작품을 들었다. “<손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의 3부작은 긴박한 현실의 문제를 한반도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큼직한 시야로 그 형식 속에 녹여냈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국내 체류 중인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이제하, 황석영, 이승우씨의 작품을 거론하며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단합의 힘, 공유의 느낌, 바로 정(情)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어떤 것이 아닌가 싶다”며 “가장 비극적 상황에서조차 정이 인간을 연결하고 응집하게 유도하며 모욕에 대해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복합성이 한국문학의 가장 큰 힘”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문학과 소통하는 길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무엇보다 번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평론가 정여울씨는 “원로ㆍ중진 작가의 ‘살아있는 고전’에 치중돼 있는 번역작품 선정을, 현재 가장 활발히 창작하고 있는 90년대 이후 등단 작가 쪽으로 확장해 한국문학의 생생한 현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문단이나 학계에서 경험, 연륜을 주로 따져 번역작업을 맡기는 관행을 지적하며 “어느 세대보다도 외국어에 능통한 젊은 세대 번역가들을 발탁한다면 참신하고 새로운 감수성을 지닌 번역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론가 이현우씨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계문학은 특정 공동체가 아닌 세계공동체를 지향하는 민족문학이어야 한다”며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교통공간으로서 더 많은 번역공간이 필요하다”고 썼다.

중국문학 전문가인 이욱연 서강대 교수는 위화, 쑤퉁, 모옌 등의 작가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위화를 예로 들며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매혈기> 를 번역 출간하려 했을 때 ‘소설 속 인물을 이해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출판사가 있었다”며 “하지만 현실의 고난조차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푸꾸이, 허삼관 같은 인물이 진정한 중국인, 위화 소설의 진정한 문학적 개성으로 인정받으면서 위화 문학은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썼다.

이 교수는 “지금 한국문학은 개별 작가들이 독자적 문학세계를 통해 세계와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국민문학으로서 집단적 정체성과 개성을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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