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소비자는 기업 브랜드와 이미지로 구매를 결정한다. 특히 국가와 비교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글로벌 기업에 대해선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 필립 코틀러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사업도 잘하고 성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기업 치고 사회공헌을 기업경영 전략으로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일찍부터 사회공헌에 눈을 뜬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세계 140개 지부에 임직원들과 퇴직자로 구성된 5만명의 자원봉사 조직(GE Elfund volunteers)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소년ㆍ소녀 가장, 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과 자연보호, 헌혈, 문맹교육, 마약퇴치, 적십자 활동 등이 주업무이다. GE의 임원 승진 심사 때는 자원봉사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도 다르지 않다. 정보기술(IT)기업답게 모바일과 위성기술을 결합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위치에 관계없이 디지털 교재와 멀티미디어 자료를 전송해 주는 서비스(브리지트 IT교육 프로그램)를 각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한때 독점기업으로 낙인 찍혀 전 세계에서 불매운동까지 일었던 MS는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손 큰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지난해까지 약 250억달러를 기부, 개발도상국의 난치병 어린이와 소수민족 학생의 장학금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생존의 필수요소라는 당위적 차원을 넘어 이제 경영전략과 연계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경영의 성패가 좌우될 정도에 이르렀다. 단순히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참여도 몰라보게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국내 202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6년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실태’에 따르면 기업들의 전체 매출액 중 사회공헌활동 지출액 비중은 평균 0.3%에 달했다. 2002년 이후 경상이익 및 세후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각각 2.7%, 3.4%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기업들이 매출액이나 단기 이윤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성인 5,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80% 이상이 ‘같은 값이면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가격이 다소 비싸도 사회공헌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답변도 3분의 1 가까이 됐다.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회공헌이 기업의 대외 환경을 개선하고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기업들은 경영전략과 연계한 사회공헌 로드맵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추진하되, 자사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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