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사형제의 궁극적인 폐지를 위해 국제사회가 사형 집행을 유예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15일 87개 회원국이 공동 제안한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을 찬성 99표, 반대 52표, 기권 33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사항이지만 192개 유엔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위원회의 표결에서 통과돼 사실상 채택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엔에서는 그 동안 사형제 폐지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지만 반대국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유엔 총회의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은 회원국들에게 강제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적 도덕 규범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의안은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사형제 유지 국가에게 사형제 폐지를 위한 집행 연기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위법 행위의 수를 제한하고 사형집행 제한에 관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기준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사형집행 관련 정보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반대표를 행사한 미국, 중국, 이슬람권 등 52개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결의안 채택은 사형제 폐지 국가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나머지 국가에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형제는 각국에 의해 결정되는 형사상 문제로 결의안 채택은 내정 간섭에 해당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따라서 결의안 채택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표결에서 기권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10년간 사형집행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게 돼 국제앰네스티가 규정한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편입하게 된다. .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세계 133개국이 사형제를 법이나 실행면에서 폐지했으나 66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결의안 통과에 대해 사형제 폐지를 향한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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