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연소 기사인 14세 소년 강자 박정환(2단)이 ‘2007 엠게임 마스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세돌의 뒤를 이을 신예 유망주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돼 온 박정환은 지난 15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벌어진 김지석(4단)과의 결승 3번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이로써 박정환은 사상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에 최단 기간 타이틀 획득 신기록을 세우고, 최저단 타이틀 획득으로 동률 기록도 수립하게 됐다.
국내 바둑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은 1975년 7월 29일생인 이창호가 1989년 8월 8일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면서 세운 14세 10일이다. 1993년 1월 11일생인 박정환은 14세10개월 만에 우승해 이창호의 기록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작년 5월 입단 이후 1년 6개월만의 우승으로 서봉수(1년 8개월)를 제치고 프로 입문 후 최단 기간 타이틀 획득 기록을 갱신, 바둑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박정환은 또 서봉수와 박영훈이 각각 2단 시절 명인전과 천원전에서 타이틀을 획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최저단 타이틀 보유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마스터즈 대회는 40세 미만의 젊은 기사 137명이 매월 받는 단수당을 전액 갹출해 마련한 기금으로 만든 기전으로, 우승 상금 2,500만원에 준우승 1,300만원이다.
■ "열심히 공부해서 이창호·이세돌 '큰산' 넘고 싶어요"
-생애 첫 결승 진출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소감은.
"정말 기쁘다. 꿈만 같다. 오늘날까지 애써 주신 부모님과 권갑용 사범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3판 2선승제로 진행된 본선 경기에서 준결승까지 한 판도 내주지 않고 완승을 거뒀고 결승 1국서도 이겨 퍼펙트 우승도 가능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게 아쉽진 않은지.
"불리한 바둑을 역전한 게 많았다. 우승한 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결승 2국서 좋은 바둑을 역전패했는데.
"1국을 이긴 뒤 2국도 형세가 너무 좋아 잠깐 우승에 대한 생각을 했다가 그만 지는 바람에 많이 당황했다. 3국도 어려웠는데 다행히 이겨서 기쁘다."
-바둑 공부는 주로 어디서 하는가.
"행현연구실과 소소회에 정기적으로 나가고 인터넷 바둑을 자주 두면서 속기 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마스터즈 대회는 온라인으로 대국 했는데 불편하지 않았나.
"평소 인터넷 대국을 많이 두어서 별 불편 없었다. 모니터를 보면서 수읽기와 계가하는 데 익숙해서 오히려 인터넷 대국이 바둑판에서 두는 것보다 더 편하다.".
-올해 이창호와 이세돌을 한국바둑리그와 삼성화재배서 만나 봤는데 느낌이 어땠나.
"두 분 모두 큰 산 같았다. 이창호 사범은 계산력이, 이세돌 사범은 전투력이 나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두 분과의 대국에서 이기고 싶다."
-14세 소년에게 우승 상금 2,500만원이면 큰 돈이다. 어디다 쓸 계획인가.
"모든 수입은 부모님이 관리 해서 마음대로 쓰지는 못할 것 같다. 용돈을 좀더 달래서 형, 누나 기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