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교문이 사라졌어요.”
최근 고철가격이 폭등하면서 도로 가드레일, 맨홀, 소화전 등에 이어 학교 철제교문까지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선 학교의 경비가 허술한데다 재질이 고가의 스테인리스이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만 이 달 들어 10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경찰에 순찰강화를 요청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전문절도범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19일 울산 남구 달동 C초등학교에서는 높이 1m, 길이 10m, 무게가 100㎏에 이르는 접이식 스테인리스 교문이 사라졌다. 절도범들이 용접기를 이용, 교문을 감쪽같이 떼간 것이다. 앞서 14일 남구 W초등학교 교문이 사라졌고, 12일에는 울주군 Y초등학교, 2일에는 인근 B중학교 등도 같은 일을 당했다. Y초등학교의 경우 교문(260만원 상당)에다 운동장 급수대를 덮어둔 스테인리스 덮개(35만원 상당)까지 훔쳐가 학교 관계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도난이 잇따르자 울산지역 교장단협의회에서는 각 학교에 공문을 발송, 경비강화를 당부하고 경찰에 순찰강화를 요청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 초등학교는 교문에 CC(폐쇄회로)TV 설치를 검토하고 경비실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교문을 도난당한 한 학교 교장은 “교육현장의 교문을 훔쳐가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추가설치 비용부담도 문제지만 범죄행위가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학교측과 경비업체간에 도난배상을 둘러싸고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학교측은 경비업체에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비업체는 “교문은 학교건물에서 떨어진 경비구역 밖”이라며 시설물 도난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4월 270만원 상당의 교문을 도난당한 울주군 C초등학교의 경우 경비업체와의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7개월째 교문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 중학교 관계자는 “당직자나 경비업체가 학교 본 건물에서 떨어진 교문까지 감시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지가 불분명해 결론이 날 때까지 교문을 재설치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스테인리스는 ㎏당 3,000원대로 일반 고철 가격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팔리는 데다 학교 교문은 용접부위만 제거하면 간단히 분리할 수 있어 절도범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울산지역 고물상과 동종 범죄 전과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건설경기가 불이 붙어 우리나라 고물을 닥치는 대로 수입, 고철가격이 폭등하면서 고철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9월 광주에서는 농로에 설치된 배수로 뚜껑 30개(1,500만원 상당)가 사라졌으며, 10월 인천에서는 아파트 소화전에 설치된 소방호스 관창(노즐) 900개를 뜯어낸 2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울산=글ㆍ사진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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