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이 때 (한국에) 온 것이 아니예요. 민사소송 끝나서 온 거예요.”
16일 입국한 김경준(41)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직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검찰청사 현관에 내린 김씨는 여유를 찾은 듯 웃음까지 지어보였다. “소감이 어떠냐” “BBK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려는 듯 몸을 돌리기도 했으나 수사관들이 걸음을 재촉하자 김씨는 결국 청사 안으로 끌려 들어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1층 로비에는 현장을 지휘하는 김해수 마약조직수사범죄부장과 소속 수사관 등 20여명의 검찰 직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답변 기회를 찾은 듯 김씨는 고개를 돌려 귀국 이유를 짧게 밝힌 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특별수사팀이 있는 10층으로 올라갔다. 로비에는 중앙지검의 다른 부장검사와 직원 20여명도 김씨의 모습을 지켜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김씨가 조사실로 올라간 뒤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은 초긴장 모드로 전환됐다. 조사실로 통하는 출입문은 굳게 잠겼다. 외부 출입자는 일일이 신원확인과 출입기록 기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별수사팀에 참여한 검사 7명과 수사관들의 휴대폰 전원은 모두 꺼져 외부와의 연락이 철저히 차단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잠깐 휴식을 취하게 한 뒤 바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은 김씨를 상대로 2001년 미국 도피 당시 적용됐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계약서 위조 등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우선적으로 조사했다. 조사과정에서 김씨는 귀국 전 선임한 박모 변호사와 접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홍일 3차장검사는 기자들에게 “김씨 신병 인치 장소는 서울구치소지만 언제 보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해 김씨의 체포영장 만료시한(18일 오전 6시) 및 영장실질심사 때까지 김씨를 구치소로 보내지 않고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속 조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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