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 생산량의 정점은 어디인가.
2007년 현재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은 8,500만 배럴이다. 1960년 3,270만 배럴에서 1, 2차 오일 쇼크 등 비상 시기를 빼고는 연간 2.3%씩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렇지만 향후에 원유 생산량이 어떤 궤적을 그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맞서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원유 생산량이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는 반면, 일부 산유국과 원유 회사들은 2012년께 1억 배럴을 꼭짓점으로 한 뒤 감소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펴고 있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털 SA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퍼 마제리는 “기존 유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생산량이 해마다 8~10%씩 감소하고 있다”면서 “5년 후인 2012년이면 하루 원유 생산량이 1억 배럴로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신규 유전(油田)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도 비관론의 근거다. 에너지 개발 회사 시몬스 컴퍼니의 맷 시몬스 회장은 “1960, 70년대에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60만 배럴이 넘는 유전이 10곳이 새로 발견됐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겨우 3곳만이 발견됐다”면서 “채굴 단가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고유가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 치열한 원유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 대체 에너지 개발, 연료 효율성 증대에 사활을 걸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낙관론을 대표하는 미 행정부 산하 에너지정보기구는 2030년이면 하루 원유 생산량이 1억 1,800만 배럴까지 도달해 수요를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세계의 원유 매장량이 향후 40여년은 더 쓸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며 기술 발전으로 원유 채굴과 정제가 갈수록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은 한술 더 떠 2030년의 하루일 원유 생산량을 1억 4,000만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엑손 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은 “원유 회사가 미개발 유전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한다면 원유 생산량을 늘릴 여지는 아직도 많다”면서 “자원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일부 원유 보유국들과 이해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향후 원유 생산 추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의 마이클 린치 소장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자신 앞에 닥친 도전을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 왔다”면서 “오일 생산이 정점에 도달해 세계 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은 번번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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