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한나라당 진영이 13일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 처리에 나섰다.
대선 국면에서 각 당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의석 분포상 특검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도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어 순탄하지만은 않아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14일 3당 공동 명의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우선 법사위 심의를 거치게 된다. 법사위는 신당 8명, 민주당 1명, 민노당 1명 등 특검 찬성 정당 소속 의원이 10명으로 한나라당(8명)보다 많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회의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 변수지만 표결로 갈 경우 통과는 무난한 상황이다.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참석으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신당(140석), 민노당(9석), 창조한국당(1석)에 이어 이날 특검 도입에 찬성하고 나선 민주당(8석)을 합치면 158석으로 재적 의원 과반을 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통과가 어렵지 않다.
특검법이 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특검 추천과 임명(10일), 수사 착수 준비(20일)에만 1개월이 걸려 12월 중순이 돼야 삼성 비자금에 대한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된다. 결과는 특검법상 최소 2개월, 최대 3개월이 지나야 나온다. 수사 결과 자체가 대선 정국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 수사는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신당은 삼성 특검을 ‘부패 대 반(反)부패’ 전선 형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친 대기업 성향의 이 후보를 ‘경제부패의 상징, 대선자금 차떼기 정당의 후보’라고 몰아치며 ‘부패 이미지’를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삼성 비자금 문제가 자꾸 거론되면 2002년 대선 당시 반미 열풍처럼, 반부패 흐름이 형성돼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반부패를 고리로 문국현 후보와의 정책연대, 단일화를 노리고 있어 특검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한나라당에게도 특검은 그리 곤혹스런 카드는 아니다. 나경원 대변인이 이날 “삼성 비자금의 상당 부분이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이 있다.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 대통령에 대한 양수겸장 견제 효과를 노린 것이다. 또 삼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BBK 문제를 희석 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한나라당은 일단 독자적인 특검법안 제출로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