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눈먼 돈'처럼 낭비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흔히 호화청사 건립과 잦은 보도블록 교체, 허위 초과근로수당 지급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지만, 얼마 전엔 재정자립도가 20%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 의회 의원들이 의정비를 무려 두 배 가까이 올려 빈축을 산 일까지 있었다.
또 개발공사와 의료원 등 지방 공기업들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도 수 차례 도마에 올랐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2년간 예산낭비 신고센터에 접수된 지자체의 사례를 확인해보니 116건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한다. 산불 비상근무를 하지도 않고 서류를 조작해 초과근로수당을 타가고, 횡단보도 인근에 불필요한 육교를 세우는가 하면, 버스노선을 인가 받은 뒤 버스를 투입하지도 않은 채 지원금만 받는 등 가히 천태만상이다.
공무원 노조와 담합해 공유재산인 지자체 시설물의 자판기 수익을 노조에 넘기고, 단체협약에 '성희롱 피해자 병가 2개월' '퇴직자 해외여행 및 휴가용 콘도ㆍ펜션 확대' '산하기관 감사 폐지ㆍ축소' '연 4회 체육ㆍ문화 행사' 등의 비상식적 조항을 명시한 곳도 많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체 수입으론 파산 직전에 이르러 재정교부금으로 연명하는 지자체까지도 도덕적 일탈 행태를 일삼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공기업들의 '돈 잔치'를 배웠거나,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독체계를 이용해 공직사회의 배를 불려온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코드'와 토호세력의 농간이 끼어든 흔적도 짙다.
예산처는 이런 비리가 적발된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 삭감, 명단 공개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가게'를 지금껏 방치해온 정부가 '자율성' 운운하는 지자체의 반발을 뚫고 이 일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세금을 훔쳐가는 너절한 행태는 세금을 낸 주인들이 나서서 혼내고 추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울산에서 비롯된 혁신바람으로 지방 공직사회가 크게 쇄신됐다고 하지만 갈 길은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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