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대기획 일곱번째 ‘정치개혁’ 토론에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깨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다수의 응징이 있어야 정당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진보적 정치학자인 정 교수는 “선거는 페이퍼 스톤(paper stoneㆍ종이돌)으로 상처없이 승패를 가리는 신사적 절차”라며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이 민주적 절차를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의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참여정부나 YS정부가 정당을 이용해 집권하고서 그 정당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그 같은 주류교체의 경험이 있다보니 자기편에 충성을 보이는 세력관계를 형성, 이합집산과 이 전 총재의 출마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대안으로 정 교수는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한 온건다당제와 결선투표제를 제안했다. 한국 정당구도가 영남 호남 충청당에다 민노당까지 생기면서 이미 다당제 형태를 띠고 있어 비례대표제 확대로 온건다당제를 기정사실화하고 대신 결선투표제를 도입, 1위와 2위의 최종 경쟁을 제도적으로 허용, 중간에 이합집산을 하는 것을 막도록 하자는 것이다.
원 의원도 사회적 약자의 진출을 위한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온건다당제에 동의를 표하고 부분적 논의가 아닌 정당구조 전체에 대한 정파를 떠난 심도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년 만에 근접한 시기에 치러지는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의 결과에 대해 동조선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두 토론자 모두 전망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승자의 실력보다는 현 정부를 향한 거부감이나 시대적 흐름 등 구조적 상황 때문인 만큼 집권세력이 오만할 경우 기대가 실망이나 우려로 급속히 변질, 위기국면이 올 수 있으며, 아울러 패자도 총선 의석 등을 연연해 하지말고 혹독한 자기 반성 속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데 토론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영성 기자 leeys@hk.co.kr
■ 원희룡 vs 정해구
시대정신 대기획의 일곱번째 토론은 제3자적 관점의 분석이 돋보인 백미(白眉)였다.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고 정해구 교수는 민주화세력의 입장에 확고하게 서있었지만 토론 내내 전혀 편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미래에 대한 아픈 비판을 했고 정 교수 역시 민주화 세력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_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간 한국정치는 크게 변했습니다. 총평을 해주신다면.
정해구 교수= 87년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시점입니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정권 교체 등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정당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을 보면 절차적 민주주의도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97년 IMF 위기로 한국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정치ㆍ안보에서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ㆍ사회ㆍ생활 등으로 전환이 되는 것 같아요. 정치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희룡 의원= 20년 동안 이뤄낸 민주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진척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낄 만합니다. 선거에 의해 정권이 실제로 바뀐다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민주주의가 확실히 안착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의 폭과 깊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87년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그 이후의 꿈은 무엇인지, 사회발전동력은 무엇인지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보수부터 진보까지 여러 스펙트럼이 있고 그에 따라 정치세력이 분화했지만 과거의 민주 대 반민주, 지금의 보수 대 진보라는 대립구도를 넘어서는 자기성숙과 자기진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은 정권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정권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고 보수는 보수대로 그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자기정립을 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듭니다.
_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하는 과정을 놓고 정당정치가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정= 선거는 페이퍼 스톤(paper ston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종이 돌맹이(투표)로 승패를 가리는 것입니다. 상처가 안 남고, 신사적으로 하자는 것이죠. 이 과정이 신뢰를 얻고 권위를 갖는 것은 절차를 지키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적 절차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절차를 잘 안 지키는 것 같습니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을 대표해서 2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경선을 거치지 않고 후보가 결정된 다음에 유권자들을 둘로 나누면서 나왔다는 것은 민주적 절차 측면에서 치명적이라고 봅니다.
_그럼에도 지지도가 20%를 넘어 놀랐습니다.
원= 이 전 총재의 지지층은 전통적 보수세력인데, 그들이 봤을 땐 한나라당이 자신들을 완전히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편이 주류에서 밀리자 위기의식이 생겼고, 이것이 이 전 총재를 통해 분출되는 구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YS정부나 참여정부는 정당을 이용해 집권하고 나서 그 정당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른바 주류교체입니다. 역설적으로 국민이 똑똑한 겁니다. 정당의 주류를 교체, 간판을 바꾼 경험이 있다보니 자기 세력에 충성을 보이는 세력관계가 형성되고 이것이 정당정치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회창 현상은 그런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 유권자 의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안 지킨 데 대해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일 때 정당정치가 파괴된다고 생각합니다. 유권자들도 냉정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수준에 오지 않은 것 같아요. 또 다른 고려할 측면은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입니다. 한나라당의 원래 지지기반은 전통적 보수세력입니다. 이와 별도로 우리사회에는 정주영, 김종필, 정몽준씨에게 표를 던진 중간층이 약 20% 정도 있습니다. 이 중간층을 이명박 후보가 다 가져간 것입니다. 이들은 중도 보수라 할 수 있는데, 한나당의 유권자 지지기반이 두 세력으로 나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사람만 뽑아야 하니까 박근혜씨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섭섭해 하고 있다가 이 전 총재가 나오니까 그 쪽으로 간 것 같아요.
_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원= 유럽은 다당제로 연합해서 정권을 만듭니다. . 그리고 다수관계가 깨지면 언제든 다시 선거를 해서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양당제 아래서 이를 견제하는 지방분권이라든가 정당 외 정치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국민정당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계급이나 이해집단을 대변하기보단 전체의 공공선(善)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중간층을 당기는 쪽이 승리하는 미국식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87년 이후 정권을 잡기 위해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계층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결국 정당 정치와 대통령제가 적대적으로 가는 모순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진지한 검토와 자기반성을 통해 정당정치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논의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정=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씨 등 거물 정치인들이 있었고, 이들이 지역주의와 결합돼있었습니다. 그때는 안정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제 거물 정치인이 사라지고 중소 정치인들이 등장했고, 지역주의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엘리트들은 미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 정치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3김보다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치의 리더십이 바뀌어야 합니다.
제도도 바꿔야 합니다. 대통령제는 양당제와 상응하는데,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 때문에 호남당 영남당 충청당으로 2.5당 체제 비슷하게 가다가 민노당이 생기면서 현재는 4~5당 체제입니다. 다당제로 가고 있는데, 억지로 못 가게 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비례대표제를 확대, 온건 다당제로 가고 그리고 대통령제와 온건 다당제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면 됩니다.(결선투표제가 있으면 1, 2위간 대결을 통해 세력연합을 할 수 있다는 의미)
_최근 범여권의 통합을 보면 당 만들기를 진흙으로 동물 하나 빚듯이 하고 있는데요. 이게 연합의 정치인지, 이합집산인지 평해주시지요.
원=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으로 가는 과정에서 몸부림치는 것은 정치 본능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면 자기 부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신을 하는 과정에서 평가와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잘못했고 뭘 새롭게 하겠다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정= 영국 노동당은 1900년대 만들어져 100년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은 대통령 임기마다 바뀝니다. 정당정치가 아니라 인물정치라서 그렇습니다.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는 사실 편법인데, 제도가 제대로 안 만들어져서 그런 편법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양자 구도로 가게 돼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 여론조사 같은 편법을 쓰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_한나라당 기세가 대단합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골수 보수, 중도 보수 등이 섞여있는데 나중엔 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의 문제점은 없는지요.
원= 좋게 얘기하면 전통보수와 실용보수로 나뉘어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어느 때보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과 국민들의 시대적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요구하는 것은 부패한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 억압적인 권위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 민주화의 성과를 부정하지 말라, 세계화ㆍ양극화 속에서 경제활력과 사회발전 동력을 제시해달라는 겁니다. 또 실질적인 것, 손에 잡히는 것을 기대합니다. 참여정부는 말만 해놓고 책임을 지지 못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아니라 실력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지요. 지난 선거 때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지지층도 지금 한나라당을 지지하는데, 한나라당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입니다.
정= 한나라당 지지가 60%가 넘는데 굉장히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정당 분화는 좌쪽으로 분화되는 것이지, 우쪽으로는 분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층은 분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오니까 신자유주의적 보수의 공간이 넓어지고 이명박 후보가 여기를 장악한 것 같아요.
그러나 한나라당이 과연 그만한 실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한나라당의 주체적인 정책, 통치, 집권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원= 신뢰와 실력은 모든 정당의 문제입니다. 모두가 한 차원 올라가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집권하면 자기 변신과 진화를 강요받을 것입니다. 지금의 정당은 과거의 고착된 자산들로 적과 아군을 나누고 있고, 그 구조에 줄대 지위와 권력을 얻는 것 자체가 목적인 정치세력에 너무 많은 공간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_계층을 대변하는 유일한 정당은 민노당입니다. 창당 10년이 됐는데 답답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대권 3수의 권영길 후보 때문인지 변화를 거부하는 내부의 흐름 때문인지요.
정= 민노당은 과거 민주화 운동 흐름에서의 급진적인 흐름이 정당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과 정당은 구분돼야 합니다. 운동은 항의하고 비판하는 것이지만 정당은 그런 기능에다 정책대안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운동과 정당의 역할은 다른 것이죠. 민노당은 도덕성은 굉장히 높은데 운동이 아닌 정당으로서의 능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민노당 스스로 그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요.
정체성, 정책, 이념도 사전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느낌입니다. 진보적 지향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유권자들과 소통 속에서 수정되면서 실사구시적 진보가 돼야 하는데, 그것이 없기 때문에 추상적인 진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부 분파 문제도 넘어서야 합니다.내부 분파는 진보적 요소가 아닙니다. 진보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재육성, 리더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젊은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했습니다. 인물의 중요성을 민노당이 모른 것 같습니다.
원= . 진보 정당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현재 역할은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적은 인원을 가지고 사실 엄청나게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의 주축을 이룬 보통사람들 눈에는 민노당이 단순한 문제제기 집단일 뿐 사회의 경영을 맡길 만큼 책임감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민노당이 잡고있는 아젠다와 노선이 미래의 길목을 지킨다기보다 과거의 길모퉁이에서 못 벗어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북한 문제, FTA 문제에서 그렇습니다.
_대선과 총선이 20년 만에 근접한 시기에 치러지는데,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전망해주시지요.
정= 이명박, 이회창 후보 등 보수 후보가 60%의 지지를 얻고있는데 진보개혁세력을 다 합쳐도 30~40% 밖에 안됩니다. 진보개혁세력이 이길 수 있는 길은 보수 후보가 똑같이 표를 양분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정부 출범 직후 총선이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선과 총선 결과가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민주진영 정당이 나뉘어 있어 총선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계기를 통해 범민주세력이 한번 호된 경험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원= 대선과 총선이 4개월 간격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바꿔 보자'는 국민 요구가 총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 국민들은 대통령이 소속된 당에 국민들이 표를 몰아줘 다수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는 취지지요. 전반적 형세는 한나라당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전통보수에서 실용 보수로의 세력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에 편승해 출마했지만 정권교체의 위기감이 커지면 보수의 이탈은 약화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총리와 20여명의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어떤 면면을 내놓느냐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상상하기 싫지만 투기, 탈세 등이 나오면 굉장히 큰 타격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정부를 하겠다는 구호가 진정성이 있는지가 심판대에 오를 것입니다.
_가정이긴 하지만 대통령도 한나라당, 다수당도 한나라당이 되면 이미 지자체도 한나라당의 월등한 우위구도로 돼있어 일당 독식구조가 되는데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요.
정= 좋은 정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우리당도 대통령 탄핵 이후 과다하게 표를 얻어 안이해졌다가 내리막을 걸었지요. 한나라당은 구조적 상황 때문에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습니다.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압도적으로 이긴다면 한나라당은 이를 실력으로 오인할 가능성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얼마되지 않아 힘이 빠질 걸로 예상합니다.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통령 성향에 따라 북핵 문제 등이 갑자기 위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집권 이후가 될 것입니다.
범여권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의석이 줄어드는 것을 각오하고 정말 제대로 된 사람들을 뽑아서 환골탈태하고 새로운 리더십 만드는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_대선후보들을 평가해 주시지요.
원= 이명박 후보는 실적이 뒷받침된다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잘 쌓아왔습니다. 또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와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 후보는 기존 정치세력과 정치권에 대해 생소한 의식을 갖고 있어서 기득권, 관성을 끊고 나갈 수 있는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문제는 변방의식,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식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 정치를 다루고 관리하는 문제에 있어서 약점을 노출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도 그런 문제입니다. 세력교체를 해야 하는데 어떤 순서와 어떤 안배에 의해 해나갈 것인지, 위험요인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훈련을 지금 시행착오를 통해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동영 후보는 대중들의 사랑과 선호를 받을 수 있는 대중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상식에 반하지 않게 살아왔고 소위 신당 내에서도 당 의장 경험 등을 거치면서 정치세력을 착실하게 쌓아왔습니다. 반면 본인의 포지티브가 새롭지가 않다는 것이지요. 평화경제를 얘기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보다 약하고, 반부패는 노 대통령이 던진 것보다 약합니다.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데 아프긴 해도 그걸로 유권자들이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 말고 국민들에게 뭘 갖다 줄 수 있느냐에 대한 카리스마와 기대심리를 이끌어 내는 파괴력이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국현 후보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아직 찻잔을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지도를 올리지 못했고 정치인을 끌어들여 세력화의 힘을 가져야 하는데 파괴력과 전략이 없어 기존 정치세력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 사람 경제 등 구호는 좋았습니다만 8% 성장을 얘기하는 순간 밑천을 드러냈다고 봤습니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죠.
정= 이회창 후보는 상징적으로 말해서 한국사회 보수질서를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고 나이든 사람 중에서는 그것을 기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아마 일을 많이 할 것입니다만 산업화 시대에 할 일과 탈 산업화 시대에 할 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지가 불안합니다. 시대에 맞지않은 일을 하게 되면 사고가 납니다. 과도한 돌파력이랄까. 그것이 기대를 줄 수도 있지만 불안이나 우려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자꾸 차선책으로 보여집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자신의 선명한 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쁘지는 않지만 최선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문국현 후보는 조금 새로운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반적인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경영을 나라에 적용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권영길 후보는 민노당의 한계를 극복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_노 대통령이 제기한 바 있는데 개헌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정= 권력구조나 선거제도 문제가 헌법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온건다당제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대통령제 부분은 결선투표제로 가야 합니다. 중임제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식 대통령제로 가기보다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잘 결합하는 이원집정부제가 좋을 듯 합니다.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임기 후반에는 힘이 없으니까 몰락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당을 연결하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이를 끊어놓으니까 국정도, 정당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참여정부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 대통령은 당선 후 무소불위의 괴물이 됩니다. 그러나 제 발로 당당하게 나간 대통령은 없습니다. 선택 한 번에 대한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당선 후 맘에 들지 않는다고 정당을 다시 만든다든지 하는 부분은 온건한 다당제, 국가 원수로서의 행정 역할을 조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례대표 확대는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보스의 ''. 민주적 합의로 이루어진 개헌은 60년, 87년이 유일합니다. IMF사태 등 도저히 자력으로는 안 되는 상황이 오면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겠지만 평시에는 정략 때문에 안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때문에 선거구제, 정치개혁 법안 등 개헌을 하지 않고도 바꿀 수 있는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이영성 부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