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대표적 공안 사건인 ‘강기훈씨 유서 대필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온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강씨는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으며, 유서는 고 김기설씨가 작성한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12일 “검찰로부터 김씨의 유서 원본과 당시 수사기록을 건네 받아 국내 7개 필적 감정 기관의 검증을 거쳤다”며 “모든 기관으로부터 강씨가 유서 작성자가 아니라는 일관된 결과를 받았으며, 김씨가 유서를 직접 작성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유서 대필 여부를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에 대한 조사에서도 당시 일부 허위 진술을 한 증거를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 5월8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국 부장이던 김씨가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 자살하자, 검찰이 김씨가 남긴 2장의 유서를 동료 강씨가 대신 써주는 등 자살을 방조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조작 의혹이 계속 제기됐으나 강씨는 징역 3년의 유죄를 선고 받았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김씨나 강씨의 고향 친구, 학교 동창 등에게서 새 필적을 얻어 국과수에서 김씨의 유서 원본 등과 비교 감정하는 과정도 거쳤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3일 전원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14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는 대신 정부에 ‘재심’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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