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는 쉬~공사?'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가 동남권유통단지 시공사 선정 비리의혹에 이어 전문상가 조형물 당선작이 모작(模作)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전문상가는 청계천 등에 있던 기존 산업용 제조공장 및 상가들이 이전해올 곳이다.
SH공사는 전문상가에 설치될 31억여원 규모의 조형물 현상 공모에서 최근 이모씨 등 8인이 제작한 '국제유통단지의 비상' '청계천의 기억' 등 16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미술계에는 이 중 4점이 모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유통단지의 비상'은 남해고속도로 서김해 IC에 설치된 '김해시의 비상'이라는 작품과 흡사하고, '청계천의 기억'은 2006년 부산 송도에 설치된 이상진씨의 '고래'와 유사하다. 특히 이씨가 2005년 김해시 공모전서 입상한'김해시의 비상'과 '국제유통단지의 비상'은 높이도 21m로 똑같다.
해외 작품을 본뜬 작품도 당선작에 포함됐다. '오작교'와 '사색의 산책'은 각각 독일 뮌헨올림픽 때 설치된 '올림픽의 무지개'와 세계적 조각가 막스 빌의 '끝없는 표면'과 유사하다.
지난 8월 초 공사가 낸 공고에는 '출품작은 고유한 작품이어야 하고, 모작(模作)이나 표절 등 미술저작권에 위배될 경우에는 당선이 취소된다'는 조건이 들어 있다.
하지만 심사관계자는 "단순한 작품이기 때문에 무지개, 구름다리를 생각하면 그런 모양이 충분히 나올 수 있고, 널리 알려진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 했기 때문에 모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욱이 SH공사는 당선작가만 발표하고 당선작을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응모작가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최근에야 작품을 공개,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7~9명으로 구성된 팀 단위 출품, 당선된 팀이 전체 조형물을 일괄 설치하는 방식의 작품 선정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조형물들에 통일성을 주기 위해 팀별 일괄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 제각각 설치될 작품들은 통일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조각가는 "당선작 선정이나 발표과정에서 많은 의혹이 있는데도 SH공사는 '관련규정이 없다'거나 '동일한 작가라서 모작으로 보기 곤란하다'는 등 비상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나서서 총체적인 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SH공사는 "작가들과 정식 계약은 하지 않은 상태"라며 "모작, 표절 여부가 확인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당선작 선정을 철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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