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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객관식…한국에서 퀴즈프로 인기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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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객관식…한국에서 퀴즈프로 인기 없는 이유?

입력
2007.11.2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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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가을 개편과 함께 퀴즈 프로그램인 <대결 8대1> 을 전격 폐지했다. 겨우 5회만 방송되었을 뿐인데도 방송국은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고 편성표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저조한 시청률이다.

<대결 8대1> 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7.4%. 첫 회 방송 후 연예인들과 일반인의 퀴즈대결이라는 특이한 형식으로 잠시 관심을 끌었지만 시청률은 끝내 두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동시간 대 경쟁작인 KBS <해피투게더> 의 시청률 절반에도 못 미쳤으니 방송국 입장에서 더 이상 프로그램을 끌고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퀴즈 프로그램의 위기는 유독 <대결 8대1> 을 통해서만 감지되는 것은 아니다. 11일 자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의 자료분석에 따르면 KBS <퀴즈 대한민국> 만이 13.4%의 시청률을 올렸을 뿐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인 SBS <퀴즈 육감대결> 은 8.5%에 그쳤다.

평일에 방송되는 <1대 100>도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상금이 걸리고 연예인이 출연하고, 사연이 풍부한 출연진이 등장하는데 어째서 퀴즈 프로그램은 기를 못 피는 것일까.

■ 혼란스런 정체성… 진짜 ‘퀴즈쇼’의 부재

대체로 흥행에 실패한 퀴즈 프로그램의 특징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로 모인다. 마치 낮에는 커피를 팔고 밤이 되면 술을 파는 식당처럼 똑 부러지는 매력이 없는 퀴즈쇼는 퀴즈를 풀며 긴장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시청자와 연예인의 잡담을 즐기려는 시청자 모두를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딱딱한 퀴즈 프로그램에 활력을 주기 위해 첨가되는 연예인의 출연이 오히려 극의 정체성을 흔든다는 지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퀴즈 프로그램은 어떤 문제가 던져지고 그것을 맞추려는 시청자의 지적인 욕구와 여기에 덧붙여지는 금전적인 보상(물질적 욕구)이 출연자들의 경쟁 속에 어우러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힘이 대단한 방송 콘텐츠임에 틀림이 없다”며 “그러나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이 퀴즈 프로그램 형식을 무작정 차용하면서 퀴즈가 본질적으로 가진 경쟁구도가 희석되면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금을 주는 퀴즈쇼 형식을 빌린 예능프로그램들 보다 <도전 골든벨> <퀴즈 대한민국> 과 같이 퀴즈만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그나마 시청자들의 호응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이러한 주장을 방증한다.

■ 부족한 상금, 구닥다리 포맷

방송 중이거나 최근 방영된 퀴즈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은 <퀴즈 대한민국> 의 3,000만 원, <1대 100>의 5,000만 원 정도이다.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퀴즈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흥행 요소인 상금의 규모로써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당길 정도는 못 된다. 이러다 보니 출연자들 역시 눈에 불을 켜고 퀴즈를 풀기보다는 추억이나 기념의 의미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의 성인 퀴즈쇼

<백 투 스쿨ㆍ원제:are you smarter than a 5th grader?> 를 편성한 온 미디어 신종수PD는 “미국의 경우 < Deal or no deal> 등 많은 퀴즈 프로그램들이 전국 방송 프로그램 중 시청률 20위 권에 꾸준히 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이는 유달리 구성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1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엄청난 상금이 주는 주목도와 긴장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퀴즈 프로그램의 또 다른 부진 요인은 다름 아닌 구태의연한 포맷 유지에 있다. 연예인의 잡담이 배제된 퀴즈 프로그램들 마저 수학능력시험에서도 외면당할 법한 단답식 문제와 누구나 인터넷만 다룰 줄 안다면 수십 초 안에 답을 찾을 수 있는 뻔한 문제들에 치중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TV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시대에 맞게 문제의 성향을 바꾸거나 버라이어티 쇼에서 지향하는 재미를 적당히 흡수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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